에이즈 발생률 제로 도전,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4-12-18 09: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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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관리, 적극적 선별검사와 즉각 치료 권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감염관리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선별검사와 즉각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는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에 따른 인간면역결핍증(AIDS)의 발생률 및 사망률 '제로'에 도전하겠다는 거창한 슬로건까지 내건 상황이다.

작년에만 총 1114명의 HIV·AIDS 신규 감염인이 보고된 국내에서도 실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11년 2월 이후 약 30개월 만에 개정이 이뤄진 올해 대한에이즈학회의 'HIV·AIDS 진단 및 치료 임상진료지침'에서도 이 같은 사조가 분명히 묻어났다.

환자 초기부터 CD4+ T세포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하고 나선 것. 예전에는 CD4+ T세포수가 많고 증상이 없는 환자는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를 원칙으로 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인 치료로 돌아섰다.

조기 적극적인 치료는 환자의 예후를 비롯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약제 복용이 간편해지고 안전성도 개선돼 치료 실패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조기 환자 관리가 치료 결과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시킬지 그 실효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이른 상황에서 미국 및 국내 HIV 감염 관리의 흐름을 짚어봤다.

◇미국 CDC, 에이즈 관리 10명 중 3명만이…적극적 관리 전환점 맞아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CDC)의 2011년 조사결과는 현재 에이즈 관리 태도의 변화를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CDC의 Vital Signs은 미국 국립 HIV 감시체계 연구자료(HIV SSMMP)를 분석해 에이즈 관리의 허상을 지적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에이즈 환자 10명 가운데 3명만이 적절한 치료가 이뤄졌다.

눈에 띄는 점은 참여자의 66%가 에이즈 진단을 받았지만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았으며 치료를 유지한 4%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10%는 약물처방을 받았지만 바이러스 조절이 지속되지 않아 우려를 일으켰다. 또한 바이러스 억제율은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감염자와의 성행위, 인종, 민족, 감염경로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바이러스 억제가 나타나는 연령대는 65세 이상에서 37%로 18~24세(13%), 25~34세(23%), 35~44세(27%)보다 높게 관찰됐는데, 18~24세의 바이러스 억제가 가장 낮은 이유로는 낮은 진단율을 꼽았다. 이는 젊은 연령대의 진단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49%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HIV 감염관리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후 현실을 반영해 수정된 가이드라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외 임상 가이드라인은 HIV로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면역상태나 바이러스의 양에 상관없이 즉각적인 치료를 하도록 수정됐으며,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지침 역시 청소년과 젊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통상적인 HIV 선별검사를 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극빈 계층의 HIV 감염자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ADAP(AIDS Drug Assistance Program)의 대기 환자 수는 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가 내건 슬로건에 부합하는 수치로 줄었다.

◇국내 에이즈 관리, 올해부터 전국구 캠페인 진행

국내 역시 새로운 HIV·AIDS 진단 및 치료 임상진료지침의 배포 및 확산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전국구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UNAIDS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에이즈 관리의 공식주제를 'GETTING TO ZERO'로 잡은데 발맞춰,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를 '에이즈 예방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자치단체(약 200여 개 시·도 및 시·군·구 보건소)와 민간단체(구세군보건사업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운영하기로 공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대적인 에이즈 감염관리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누적 HIV 감염인 수는 총 8662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은 7978(92.1%)명, 여성은 684(7.9%)명이다. 작년에만 총 1114명의 HIV·AIDS 신규 감염인이 신고됐으며 조사된 감염경로는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보고돼 더는 에이즈 안전국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가적으로도 에이즈 감염인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전액을 정부가 지원(2014년 52억원 해당)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가 주체가 돼 '국가 에이즈 종합대책'을 준비해 내년 상반기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치료제·예방약 개발에 진전…적극적 치료 가능해져

에이즈 환자 관리가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나타낸 데는 치료제 개발에서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는 HIV-1 바이러스 치료제는 근 20여 년간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여러 약물이 시장에 도입됐지만 독성이 강해 해당 환자들의 치료과정에 고충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대개 HIV-1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10~20년의 장기적인 항바이러스요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기간 강한 독성 때문에 간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

이에 치료기간을 고려해 치료법이 간소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이 도입됐으며, 최근에는 단일복합정제로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와 코비시스타트, 엘비테그라비르, 엠트리시타빈이 한 알에 담긴 스트리빌드가 시장에 도입되면서 하루 한 번 투약하는 요법이 가능해졌다.

스트리빌드는 2012년부터 미국, 유럽지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터키, 일본에서 승인돼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서도 지난 3월 1일 급여 출시를 마친 상황이다. 이에 더해 HIV 감염을 예방하는 데 새로운 옵션이 제시되기도 했다. HIV의 복제를 차단해 에이즈 전염을 막는 약물인 트루바다(Truvada)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2012년 승인을 받은 것.

연구결과 트루바다를 매일 투약하면 HIV 감염률이 92%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FDA 승인 이후 미국에서 트루바다를 처방받은 환자는 1만명에 그쳤다. 이는 미국 CDC가 한해 5만여 명의 HIV 보균자가 새로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한 데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새로 나온 약물의 부작용을 우려해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