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병원 근로자, 1일 9.8시간 주 48.9시간 근무… 직장생활 만족도 ‘낙제’

기사승인 2014-10-30 08: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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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이슈추적] 병원 근로자, 1일 9.8시간 주 48.9시간 근무… 직장생활 만족도 ‘낙제’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784개 직업의 종사자 2만3490명을 대상으로 한 ‘2013 한국직업정보 재직자 조사’를 통해 산출한 직업 유망성 점수를 공개했다. 직업 유망성 상위권에는 건강 외모와 관련된 직종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목록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마취통증과의사는 87.6점, 뒤이어 피부과의사 87.2점, 성형외과의사 85점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의사 등에 한정된 상황이었고, 병원 종사 근로자들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간호조무사 한씨는 서울의 한 개인병원에 취업했으나 6개월이 채 안 돼 그만둬야 했다. 병원 측은 임신한 한씨의 모습이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니 그만두라며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해고수당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난 한씨는 노동단체에 상담했으나 구제방법이 전혀 없다는 답만 들었다. 한씨가 근무했던 병원이 직원이 3명뿐인 4인 이하 사업장이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인한 구제신청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직장생활 만족도는 45.1점 ‘낙제’, 54.1%가 이직 고민

보건의료산업 종사 노동자들은 현재 각 부서 및 근무지에서 약 23%(공공 27%, 민간 22%)의 인력이 부족(현 근무 인원 18명, 충원 필요인력 3.3명)한 것으로 인식할 정도로 극심한 인력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현재 병원 사업장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78.1%)이 3분의 2를 넘고 있으며 병원 인력부족은 건강 및 의료서비스 질 등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해(부족율 23%: 간호사 21%, 비간호사 28%)은 의료서비스 질 등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응답자들 76.9%가 인력부족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이 하락하고 여기고 있으며, 73.9%가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심지어는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거나(65.2%) 인력부족으로 의료사고에 노출되는 경험(52.4%)을 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또한 인력부족 수급문제로 병상을 축소 혹은 폐지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28.5%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6년 동안의 보건의료노조 실태를 비교한 결과 ‘인력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 노출’에 대한 의견이 4.% 증가한 반면에 ‘인력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 노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3.8%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의료기관 현장의 인력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때문에 의료사고 위험까지 노출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인력부족 현상은 노동조건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자신이 속하는 부서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78.1%) 이렇게 인력부족으로 인한 노동조건의 악화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있고(62.2%), 재해나 질병에 쉽게 노출(64.1%)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해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인력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도 64.6%에 달했고, 이렇게 재충전의 기회마저 박탈되기 일쑤다보니 부서업무 탓에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상담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40.1%에 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력부족은 노동강도를 심화시켜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매우 낮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생활에 대한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태도는 다소 불만족(45.1점, 2013년 45점, 2012년 46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만족의 주요한 이유로 노동시간을 1순위(35.8점)로 꼽았다.

이처럼 직장생활 불만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장시간노동은 OECD 평균 2분의 1 또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임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감소(2004년 3월 47.8시간에서 2014년 3월 42.9시간)하는 추세와 달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8.9시간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 중 5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 비율은 19.6%로 전산업 평균인 11.3%, 정규직 평균인 7.7%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은 이렇게 극심한 인력부족 속에서 일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직장생활 만족도에서 나타나는 임금, 복지후생에 대한 불만족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자신의 임금수준에 대해서 67.9%로 불만족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복리후생에 대해서도 64.8%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특히 간호사의 직장생활 불만족은 ‘노동시간, 강도’와 ‘임금수준’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병원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2013년 사용율 69%, 연차 사용일: 17.7일 중 12.3일) 재충전의 기회마저 놓쳐 피로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인력부족은 장시간 노동의 양산, 노동강도의 심화, 재충전 기회의 박탈 등의 결과를 낳아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이직의 원인이 되어 또다시 인력부족을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나타난다.
설문조사 결과 인력 부족이 너무 심해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절반(54.1%, 간호사 66.5%)에 이르고 있다.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1순위)는 일이 힘들어서(38.6%, 간호사 44.1%), 낮은 임금 수준(15.9%, 간호사 12.5%)을 꼽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됐는데, 조사결과 정규직의 임금수준은 4208만원(월 350만원)이나 비정규직(직접고용)의 임금수준은 2349만원(월 195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또한 임금격차에 있어서 남녀 성별 차이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남성 정규직의 경우 월평균 379만9000원, 남성 무기계약직의 경우 월평균 249만9000원, 남성 비정규직의 경우 월평균 218만8000원인데 반해, 여성 정규직은 344만4000원, 여성 무기계약직 210만1000원, 여성 비정규 189만8000원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확인된 고용형태별 월 평균 임금 격차는 ‘남성 정규직 100’ 기준을 기준으로 할때 ‘여성 비정규직’은 49.9% 수준(190만원 격차)이며, ‘여성 무기계약직’은 55.3% 수준(169.8만원 격차)으로 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보건의료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두기보다, 간호사 직종에 대한 시간선택제의 질이 낮은 일자리 도입에 골몰하는 등 표면적인 고용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간호 인력은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절반가량 밖에 되지 않는 인력 절대 부족수준 상태이다. 설문결과 확인되었듯 인력확충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 노동조건 향상 등 모든 면에서 매우 절박한 과제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보건의료산업의 인력부족 문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충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노동시간을 쪼개서 표면적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 일자리 늘리기”라고 지적했다.

◇1일 9.8시간, 주 48.9시간 노동… 노동시간 더 늘어나

보건의료산업 종사 노동자들이 1일 평균 근로시간이 9.8시간으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8.9시간에 이르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시간을 출퇴근시간과 평균 점시시간 및 인수인계시간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추계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2시간 가량 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주5일제가 도입되던 2004년 당시 47.4시간이던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이같은 사실은 보건의료노조가 2014년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1만 8,263명의 보건의료산업 종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ㅇ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임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감소(2004년 3월 47.8시간에서
2014년 3월 42.9시간)하는 추세와 달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 중 5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 비율은 19.6%로 전산업 평균인 11.3%, 정규직 평균인 7.7%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직종은 경비안내(53시간), 의무기록사(51.6시간), 조리배식(51.2시간), 안경사(50.3시간), 사무행정(50.5시간), 운전(50.5시간)이며, 간호사는 49.1시간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평균 근속년수는 10년이 채 안되고 있다. 2014년 기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9.5년으로서 근속년수가 10년이 넘는 노동자는 40.4%에 불과했다. 특히 3년 미만 22.5%, 3~6년 미만 20.1%, 6~9년 미만 14.2%, 9~12년 미만 9.7%, 12~15년 미만 8.7%, 15년 이상 24.7%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병원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간호사의 경우 7.5년, 비간호사는 12.8년으로 각각 나타나, 간호사들의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병원 노동자의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최근 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토요 근무의 확대 등과도 연관되는데, 현재 보건의료산업은 주40시간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3분의 2 가량에서 일부 부서나 외래 등에서 토요근무제(66%)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토요근무제 시행 및 예정’은 보건의료산업의 주5일제 산별 합의 이후 최근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공공병원 47.1%(특수목적공공병원 53.3%)에 비해 민간병원은 무려 73.9%(사립대 73%, 민간중소 76.3%)로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사결과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1년 평균 개인 연차는 17.7일이었고, 사용 연차는 12.3일로 미사용 연차가 5.4일(소진율 69% 수준)이었다. 일상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현재 병원 노동자의 64.3% 정도가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연차 사용이 허가제가 아닌 사전 통보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차휴일이 사업장에서 강제지정(13.5%)되거나 반 강제지정(45.8%)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미사용 연차를 법률대로 보전 받지 못하고 있는 비율 또한 20.9%(전부 소멸 7.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따라 연장근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연장 근무에 대한 법적기준에 부합하는 보상은 16.2%(정액 및 정률 인정 8%, 일부 시간 인정 19.6% 제외)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도 낮게 나타났다.


직장생활 만족도에 대한 설문결과 다소 불만족(45.1점, 2013년 45점, 2012년 46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불만족의 이유로 노동시간을 1순위(35.8점)로 꼽았다. 다음으로 인사노무 36.8점(2013년 37.4점, 2012년 32.6점), 임금수준 38.2점(2013년 36.4점, 2012년 39.3점), 복지후생 2014년 39.7점(2013년 39.2점, 2012년 38점) 순이었다.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장시간노동, 교대업무 등의 격무가 이렇게 높은 원인에 대해 응답자들은
병원 운영 실태를 지적하고 있는데, 현재 노동자들은 해당 병원이 의료공공성(31%)보다는 영리 경영을 추구(37%)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병원 조직운영이 비민주적(경영불투명성 38.2%, 인사정책 패쇄적 42%, 직원통제 36.3%)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병원에 대한 신뢰도(19.7%)는 낮은 편이며, 내부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불만족하는 것(44.4%)으로 나타나고 있다.

병원의 이윤추구 경향은 노동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병원 노동자들은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은 악화(57.5%)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윤추구 경향에 따라 ▲업무량 증가(65.2%) ▲승급, 승진, 인사승진 동기유발 희박(56.6%) ▲근로조건 및 처우 미흡(46.9%)하다는 응답을 보였다. 현재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절반(54.1%)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결과 현재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무려 절반(54.1%)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보건의료노조가 2014년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1만 8,263명의 보건의료산업 종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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