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 수출성과 눈뜨고 뺏겨…일부는 타기관 사업에 중복 투자

기사승인 2014-10-21 1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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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수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국민혈세 낭비 심각
미국·싱가포르·중국 등 해외지소에 42억원 지원, 계약건수는 3건 불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해외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적 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흥원은 국내 보건산업체의 수출지원 및 외국인환자 유치, 병원해외진출 등 글로벌 헬스케어의 해외진출 촉진하고 보건의료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사무소 운영 현황’을 보면 진흥원은 2008년 미국과 싱가포르, 중국에 2012년에는 영국, UAE, 카자흐스탄에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올해까지 운영비로 42억2600만원으로 집행했지만 그동안 약품 수출 등 성사시킨 계약건수는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이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자 해외지사를 설립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유사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코트라·코이카 등과 업무가 중복되면서 부처 간 성과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또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7월17일 제1차 관광진흥 확대회의에서 대통령은 ‘의료관광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사업이고 부처 간 협업이 필수적이므로 협업의 시범케이스로 과제를 추진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같은해 10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관광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한국국제협력단(KOICA)·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직원 등 25명으로 구성된 ’국제의료사업단’을 출범시켜 11월8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의결됐다.

문제는 한국관광공사와 코트라, 코이카는 부처 간의 협업을 강조한 대통령의 지시와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인원 파견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회의도 불참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그 이면에는 그동안 한국관광공사, 코트라가 정부의 해외진출사업을 주도해 왔는데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관여하게 되면 기관의 성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처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의료사업단 출범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기관 간의 성과다툼은 의료수출 추진과정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코트라는 올해 해외병원 프로젝트 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해 왔고,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정보시스템(HIS)을 7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코트라는 사우디 병원 프로젝트의 수주지원 성공을 적극 홍보하며 코트라가 해외진출을 위해 역점으로 추진 중인 ‘해외병원 프로젝트 수주지원사업’의 결실이며 그동안 사우디 국가방위부 병원을 직접 접촉해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발굴했고 사우디 국가방위부 병원측에서 사절단을 한국에 두 차례 파견했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첨단 시스템을 적극 소개하는 등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극비리에 지원해 왔다.

또 KOTRA는 병원이 자체 개발한 최첨단 HIS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시연회와 설명회를 4차례 개최를 지원하는 등 이번 프로젝트 성사는 양측이 MOU를 체결한 뒤로도 수차례의 실무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는 진흥원이 오래 전부터 공들여왔던 사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코트라가 계약 체결할 때까지 진흥원은 상황을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중동의 보건의료산업을 활성화하고자 중동팀에서 중동센터로 사업을 확장했고 14억원의 예산을 배정·집행하며 특히 사우디와는 지난 2012년 병원정보시스템을 협력하기로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4월 사우디 보건부장관이 방한 시 병원정보시스템 관련 구축 협력 추진을 합의해 같은해 9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우디 방문해 병원정보시스템 구축협력에 대한 시행협약서를 체결했으며, 올해 2월 병원정보시스템 관련해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느닷없이 올해 6월 코트라가 진흥원과 사전협의 없이 사우디와 계약체결을 해 버린 것이다.

또 올해 9월에는 페루 대통령실의 초청으로 진흥원이 페루를 방문해 페루측이 경찰병원 현대화·장기이식센터 설립을 대통령 임기 내 건립해 줄 것을 요청하자 진흥원은 계약 주체자로 참여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 중에 있었지만 코트라는 경찰병원 및 순찰차 구매사업 등을 위해 페루 조사단을 구성해 이미 실무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건산업진흥원과 계약추진 주체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코트라는 대외무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 간 수출계약에서 외국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내 기업을 대신해 또는 국내 기업과 함께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코트라가 외국정부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진흥원은 동 사업은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시스템을 페루에 수출하는 것으로서 국가가 국내기업을 대신하거나 국내기업과 함께 계약당사자가 되어 체결하는 것이 아니므로 대외무역법상의 ‘정부간 수출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진흥원은 최근 보건의료산업의 중남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멕시코에 지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지만 코트라에서는 이미 2011년부터 국내제약 업체와 멕시코와 계약체결을 성사시키는 등 보건의료수출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인 의료관광산업이 해외의료선진국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면 관련 부처들이 대동단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처끼리 밥그릇 싸움하며 국민 혈세만 축내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의료산업수출이 인적·물적자원을 연계·융합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기관 간의 업무가 중복?혼선되는 일이 없도록 협업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