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열풍에도 희귀난치성질환 예산 30억 삭감

기사승인 2014-09-22 16: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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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열풍에도 희귀난치성질환 예산 30억 삭감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치료비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박근혜 대통령도 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참여했지만 오히려 정부는 내년도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 내년도 예산을 올해(297억원)보다 30억원 줄인 267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사업은 2013년 315억에서 올해 297억원으로 이미 18억원이 삭감된데 이어 내년에 267억원만 배정되는 등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300% 이하(3인가구 기준 월소득 378만원)인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와 간병비, 호흡보조기 대여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만 134종의 희귀난치성질환자 2만58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약 50만명(1200여종 질환)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부분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희귀난치성질환은 병의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월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희귀난치성질환은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할뿐만 아니라 약값과 치료비가 높은 경우가 많아 의료비 부담이 높은 편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면 지원이 언제든 중단될 우려가 있는 만큼,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한화 약 10만원)를 기부하는 방식의 캠페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사 4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크게 유행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용익 의원은 “정부가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예산이 줄었다”며 “국회에서라도 희귀난치성질환 등 취약계층 예산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