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4-09-18 09: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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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적 시범사업, 수조원대 장비 구입비, 평가의 불공정성 등 문제 많아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7일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 발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이라는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첫째, 졸속적인 시범사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시행기간을 9월말부터 내년 3월까지 단 6개월로 설정했다. 의협은 6개월로는 원격의료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단기간에 도출해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6개월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시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둘째, 원격의료 장비 임대 및 구매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국희의원에 따르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도입시 만성질환자 기준으로 동네의원은 장비구입 비용으로 30만원~330만원, 환자는 150만원~35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예상대로 만성질환자 585만명이 350만원씩 지출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은 최대 약 20조원으로서 원격의료를 만성질환자의 10%만 이용하더라도 약 2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비용에 대해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셋째, 원격의료 장비의 안전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8월 21일 김성주 의원과 이언주 의원이 개최한 ‘원격의료 과연 필요한가’ 정책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는 원격의료 관련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 FDA에서 원격의료 솔루션을 허가받은 기업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한 결과 U-Health 관련 기기군으로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9개에 불과하다. 이들도 모두 의료기기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서버로 중계하는 게이트웨이나 진단지원시스템에 국한되어 있다.

넷째, 원격의료 정보의 저장장소 및 주체, 활용에 대해 정확한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정의, 목적을 정하지 않고 진행하면 향후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치료 및 관리 주체가 의사, 의료기관에서 의료 유사업자, 건강관리회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번 정부의 시범사업 모델은 타 직종 의료인에게 향후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허용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성 평가의 대표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의 안전성을 검증한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으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주체를 정부에서 관리, 감독하는 보건소가 상당 수 포함되는 것으로 설계했다. 더구나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하는 평가위원회를 시범사업 참여 지역 의사회 추천 등을 통해 구성하려는 계획이어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시범사업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의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형식적 수순이라고 의협은 판단하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서신문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없이 입법을 추진하였고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를 위한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여 제2차 의정합의사항을 먼저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원격의료 입법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회원 여러분들도 힘을 보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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