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노로바이러스 연구 왜 어려운가

기사승인 2014-08-28 14:11:55
- + 인쇄

[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노로바이러스 연구 왜 어려운가

구토와 설사 증상은 고대부터 이어져왔으나 20세기 중반까지 정확한 병인을 알 수 없었다. 개인의 위생이나 환경위생만으로 해결되지 않던 이 질환에 대한 고민은 1973년 ‘로타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로타바이러스로 인해 연간 1억명 이상의 아이들이 탈수를 동반한 위장염으로 괴로워한다. 지금은 간단한 수액치료로 쉽게 회복하지만 의료시설 많지 않았던 당시의 의료환경에서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설사와 구토 증상은 소아의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이었다.

로타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수많은 의과학자들이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을 예방하는 백신개발에 뛰어들었다. 병원체가 발견된 후 불과 10여년 만에 사람에게서 예방효과를 보이는 백신이 개발됐다. 안전성 문제로 인해 국내에 최종 시판허가를 받은 것은 2006년부터다. 로타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약50만명에 이르는 설사 관련 사망을 일으키며 맹위를 떨쳤으나 백신을 통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대규모 감염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해마다 집단 위장염 발병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여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원인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식중독의 원인으로 알려진 노로바이러스가 주인공이다. 노로바이러스는 로타바이러스보다 빠른 1968년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으로 집단 식중독의 원인으로 발표되면서 사회적 이슈를 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서야 학계의 주목을 받아 전진 중이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송만기 박사를 만나 노로바이러스 연구와 백신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송 박사는 노로바이러스에 대해 ‘연구가 어려운 바이러스’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 같은 정의를 내린 배경에 대해 송 박사는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배양이 가능해야하는데, 이것조차가 불가능하다. 페트리 디쉬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조직세포에 감염시켜보며 면역기전을 알아보는 실험과정이 필요한데, 인간의 몸 밖에서(in vitro)의 연구가 수행되지 않으니깐 감염력 혹은 독성의 레벨을 알아보는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또한 사람 외에는 마땅한 동물모델이 없는 것도 연구를 막는 요소가 된다. 이 경우 의료진의 엄격한 통제 하에 노로바이러스를 직접 사람에 노출시켜 연구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또 “연구를 저해하는 두 번째 문제는 노로바이러스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분류가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너무 많고 각각의 바이러스 타입이 인체에서 유도하는 방어면역기전도 다르다. 특히 백신은 한번 접종해서 일평생 혹은 장기간 면역을 유지해야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새로운 종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장기면역을 유도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 박사는 노로바이러스의 연구의 어려움을 전하면서도 연구를 가속화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로타바이러스가 백신을 통해 효과적으로 차단이 되면서 노로바이러스가 흔한 식중독 원인으로 떠오른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감염 사례는 좀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노로바이러스를 이용한 임상이 일본의 한 제약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상용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송 박사는 “일단 일본 제약사에서 만들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의 특성상 실험실 배양이 안 되기 때문에 생백신(살아있는 병원체의 독성을 떨어뜨린 백신)이나 사백신(죽은 병원체를 이용한 백신)의 형태가 아닌 원래 바이러스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virus like particle를 사용중인데 임상결과 백신으로 상용화하기에는 면역력이 그리 높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 박사가 소속된 국제백신연구소에서도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송 박사는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를 이용한 백신은 직접 동물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만드는 생백신이나 사백신만큼 강한 면역력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보조제 역할이 중요해지며 국제백신연구소에서는 VLP를 이용한 노로바이러스 백신의 면역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백신보조제를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모두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사이에 발병률 차이는 없다. 그러나 대게 빈곤하고 의료와 보건시설이 낙후된 국가일수록 예후가 매우 안좋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사명은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비를 지불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개도국에 보급될 수 있도록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형태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개발 국가를 위한 백신개발이 연구소의 사명이지만 이 수혜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