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경영진의 딜레마

기사승인 2014-08-27 11: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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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불통 자세에 불만…교수들은 개혁 움직임 없는 것에 갑갑

서울대병원 경영진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6월 27일, 7월 21일 파업을 진행한 바 있고 이번에는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앞선 두 번의 파업은 의료민영화 반대와 의료공공성 확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료 민영화를 반대한다면서도 서울대병원 경영진을 향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병원측 한 관계자는 “병원 경영진이 노조와 일반직에 근로자에 대해 무대응으로 가고 있어 오병희 원장 취임 초기부터 노조와 갈등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임 원장과 전혀 다른 태도도 노조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역대 원장 중 오 원장이 최고다. 의사소통 자체를 안 하려 든다. 오 원장은 도망다니고 우리는 오 원장 찾으러 다닌다”며 “말로는 소통, 공감, 개혁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 내 모든 의사소통을 노조와 일반직 직원을 배제한 채 몇몇 교수와 처리하는 밀실행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이외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혹은 병원 경영진과 불협화음이 날 때마다 병원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료들을 발표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위탁운영으로 의료의 질이 하락될 수 있다는 것과 첨단외래센터 사업을 강행하면 직접 사업비만 약 1100억원에 달하고 두산컨소시엄에 매년 62억씩 20년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병원 경영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노조와 달리 교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병원이 적자인 상황에서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데 노조가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오 원장이 노조에게 특히 적대적이지는 않다. 교수들도 월급이 줄어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병원이 어려운데 노조측 주장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교수들의 불만은 오 원장이 취임 한 후 병원 발전을 위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전임 원장이 많은 일을 하려 했다면 오 원장은 그 반대다. 게다가 보좌하는 사람들을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인 사람들로 채워 문제없이 임기를 채우려고 하는 듯 보인다”며 “교수들은 갑갑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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