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최초 사망자들 안타까운 사연… 다른 사람 돕다가 화 당한 듯

기사승인 2014-04-16 2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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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중 상당수는 다른 사람의 탈출을 돕다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숨진 것으로 확인된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군은 여객선 선실의 ‘방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선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역할이었다. 평소 자상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정군이 친구들을 끝까지 대피시킨 뒤 늦게 빠져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친구들은 “(정군은) 착하기로 소문난 아이”라며 “평소 누가 짓궂은 장난을 해도 화낼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도 정군을 성실하고 예의바른 학생으로 기억했다. 수학여행에 불참한 같은 반 친구 임재건 군은 정군에 대해 “(내가) 병 때문에 몸이 아파 지각하면 꼭 ‘몸은 좀 괜찮냐’고 걱정해주곤 했다”며 “아마 친구들을 먼저 대피시키느라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학급 내 ‘학습부’에서 수학부장을 맡은 정군은 수학을 좋아해 담임교사이자 수학 담당인 김소형 교사를 유독 따랐다. 정군은 책상에 이름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하기’라는 목표를 써서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김 교사도 정군의 노트에 “우리 웅이 수업 잘 듣는다고 쌤(선생님)들이 모두 칭찬하시네♡ 앞으로도 열심히 파이팅♡”이라고 적으며 정군을 응원했다.

다른 사망자 박지영(22·여)씨는 선내방송을 맡은 승무원이었다. 박씨는 16일 오전 11시35분쯤 사고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돼 해군 함정에 의해 인양됐다. 배 안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는 순간까지 사고대피 안내방송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갑을 맞아 함께 제주여행을 떠났던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7명도 갑작스런 침몰사고에 휩쓸려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구조됐지만 대부분은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동창생 중 생존자로 확인된 이중재(60)씨의 부인(54·인천 부평구)은 “남편은 모교 지원을 받아 동창생들과 환갑 기념 2박3일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고 동창생 모두 부부들끼리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며 “남편이 살아나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동창생 대부분은 생사 확인이 안 된다니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씨와 동창생은 사고 당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이었고, 이씨는 구조를 기다리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씨의 부인은 “남편이 뛰어내리면서 선체 안에서 동창생들이 못 나오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면서 “좋은 여행길에 이게 웬 참변인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연락 안 되는 동창 분들이 너무 걱정되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순간 한 탑승객이 지인에게 전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웅기’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사용자는 오전 9시23분 형에게 사고 소식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 형은 곧바로 ‘정신 차리고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 답했다. 그러나 형이 보낸 메시지는 수신되지 않았음을 표시하는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다. 동생은 형의 메시지를 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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