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케리 면담 왜 길어졌나… 일본 둘러싼 대화 심각하게 오간듯

기사승인 2014-02-14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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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면담이 당초 예정시간인 45분에서 55분이나 늘어나 1시간40분 정도 진행된 것을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두 사람이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문제를 대하는 한·미 양국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케리 장관이 박 대통령 면담 뒤 곧이어 진행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역사(과거사)를 뒤로 제쳐두자”라며 한·미·일 동맹의 미래와 안보 중요성만을 줄곧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한·미는 지난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극우 성향을 드러낸 데 대해 상당히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 반성 없이 한·일 관계 개선은 없다”는 대일 외교 원칙을 분명히 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일본보다는 한국의 스탠스가 문제라는 견해를 피력했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최근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과거사 왜곡 발언을 연이어 내놓자 변화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일본 쪽에 “지나치다”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 견제 등 필요에 의한 대 동북아정책과 굳건한 미·일 동맹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외교장관 회담 중 케리 장관이 쏟아낸 일본 관련 발언들은 미국 정부 전체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필요충분하게 전달했으리라는 관측이다. 당연히 박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직설 화법으로 일본 관련 문제를 놓고 부딪쳤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력에다 30년 가까이 상원의원을 지내고 상원 외교위원장까지 역임한 노련한 정치인인 케리 장관은 부드러운 외교적 화법으로 미국 입장에서 한·일 양국의 관계개선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박 대통령도 가장 가까운 우방인 미국의 외교수장을 맞아 강한 어조보다는 일본과의 마찰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일 기조를 설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현안에 이견이 있었다기보다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깊이 교환하다 보니 접견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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