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배’를 달려 투표한 이 남자 “한 표의 의미,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2-12-17 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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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배’를 달려 투표한 이 남자 “한 표의 의미,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쿠키 정치]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이 아빠가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왕복 2000km를 달려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는 김효원(사진) 씨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인도 벵갈루루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 가며 40시간을 달려 기어코 한 표를 행사했다. 한반도의 세로 길이가 950km인 걸 감안하면, 한반도 2배 거리를 달려 투표한 셈이다.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씨는 투표를 위해 이처럼 긴 거리를 가야 한 이유에 대해 “부재자 투표소가 주로 영사관 내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표소 두 군데(동인도 뭄바이, 뉴델리)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남인도 벵갈루루나 첸나이에서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매일 매달려 일해야 하는 생업이 있는 사람으로서 포기하기 십상이지만 그는 2000km, 40시간을 들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더구나 인도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차가 속도를 내 봐야 시속 50km 정도밖에 달릴 수 없다.

김 씨는 “대학생인 우리 아이들 2명이 한국에 가 있는데 이 투표가 뭔지, 이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꼭 아빠가 몸으로 좀 보여 주고 싶었다”며 “조금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라도 투표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서울, 부산 거리 정도는 모두 투표에 참여해 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또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다녀온 후 지금도 차만 타면 몸이 울렁거린다는 김 씨는 “투표 한 장 값이 1인당 환산하면 4500만 원 돈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며 “한 표의 투표를 통해서 내 삶의 방향과 여러 가지 삶의 방식, 이런 것들을 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 문제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표를 꼭 해야 되나? 해도 세상이 하나도 안 바뀌더라’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안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투표의 내용이 자기의 입장과 최대한 가까운 사람을 뽑아야 되는데, 자기 생각하고 다르게 뽑는 사람들이 지금 많은 것 같다. 그러니까 세상이 안 바뀌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