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주년 한국 위키백과, 영문판보다 부실한 까닭

기사승인 2012-10-19 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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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주년 한국 위키백과, 영문판보다 부실한 까닭

[쿠키 IT] ‘모두에게 열려있는 지식의 보고냐, 창의력을 갉아먹는 짜깁기 자료냐.’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을 표방한 위키피디아의 한글판 ‘한국어 위키백과’가 지난 11일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웹 기반 자유 콘텐츠 백과사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단시간에 단문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면 위키백과는 문서를 축적해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여러 사용자들이 정보에 살을 붙여 가는 불특정 다수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하지만 익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문서를 작성하고 첨삭하다보니 부정확한 정보가 양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어 문서 20만개 이상 축적=지난 17일 기준 한국어 위키백과에 올라온 문서 수는 21만7896개에 달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2012년 기준 281개의 언어로 존재하는 위키백과 중 21번째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사용자로 등록된 숫자만 20만3858명에 달한다. 문서의 전체 편집 횟수는 1104만9348건으로 문서당 약 15회 편집이 이뤄지고 있다. 한 사람이 글을 올린 후에 적어도 15번은 문서를 다듬는 셈이다.

위키백과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처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지 않는다. 누구나 글을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 사용자들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도 공유하고 있다. 최우선 규칙은 ‘중립성’이다. 위키미디어재단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위키백과에 있어서 ‘절대적이며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중립성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중립성은 자주 흔들린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중립성을 놓고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붙었던 단어가 ‘명박산성’이다. 현 정부 초기 촛불시위에 대비해 경찰이 곳곳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산성(山城)을 빗댄 신조어다. 이 신조어는 곧바로 위키백과에도 등재됐다. 하지만 당시 이 문서가 백과사전에 등재될 만큼 의미가 있는지 논란이 일었다. 또 이 검색어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만큼 ‘중립성 위반’이란 이유로 수백 회가 넘는 문서 편집이 이뤄졌다.

◇왜곡된 정보 스크린 기능 부재=대학생들 사이에선 위키백과가 리포트 자료로 적극 활용된다. 위키백과에는 출처가 달려 있어 여러 자료를 찾지 않아도 손쉽게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편집한 자료를 약간씩 수정해 ‘지능적 표절’을 하고 있다. 서울 모대학 교수는 “제출된 리포트를 보면 여러 학생에게서 비슷한 내용이 발견된다”며 “포털 검색 자료보다 내용이 풍부해 ‘위키 짜깁기’로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영국 브라이튼대 타라 브라바즌 교수는 위키피디아에 대해 “창의력 잃은 세대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버몬트주의 한 대학에서는 위키피디아를 활용한 여러 학생의 리포트에서 같은 오류가 공통적으로 발견돼 위키백과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틀린 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위키백과 첫 페이지에는 ‘위키백과는 내용의 확실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란 메시지가 등장한다. ‘위키미디어재단은 오류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을 표방하다보니 비전문가들이 불명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문판 위키백과에는 ‘데이비드 베컴은 18세기 중국의 골키퍼였다’, ‘토니 블레어는 히틀러를 숭배한다’등 왜곡된 정보가 게재돼 논란을 빚었다. 누구에게나 편집권이 있어 축적된 문서가 삭제되거나 잘못된 형태로 가공되기도 하는 것이다.

선정적인 문서를 거르는 기능이 없는 것도 논란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사용자가 선정적인 내용을 검색할 때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위키백과에는 별도의 절차가 없다. ‘성’과 관련된 단어가 자유롭게 검색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초기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신규 사용자 수는 2년째 멈춰 있다. 사회적 관심사인 항목을 제외하면 1∼2명이 내용의 대부분을 채운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 ‘열성적 소수의 백과사전’으로 고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위키백과 한 사용자는 “영문판 위키피디아는 한 줄의 정보를 쓰더라도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삭제될 정도로 기준이 엄격해 신뢰도가 높다”며 “반면 한국은 사용자들이 이런 기준을 지키는 데 익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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