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정호는요”…강정호 홈런 속에 담긴 염경엽 감독의 과거 ‘성지 발언’

기사승인 2015-03-04 1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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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정호는요”…강정호 홈런 속에 담긴 염경엽 감독의 과거 ‘성지 발언’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미국프로야구 실전 데뷔전인 첫 번째 시범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강정호는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더네딘의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빠른 볼을 강타해 우중간 펜스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낸 거죠.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투수 에런 산체스가 던진 바깥쪽 직구에 유격수 땅볼에 그쳤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비거리 125m의 큼지막한 아치를 그린 겁니다.

이날 강정호의 경기를 보다 보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과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넥센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지난해 11월 10일이었습니다. 1루 덕아웃에서 염 감독과 기자들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그날 선발 투수로 예고된 헨리 소사의 제구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 보니 '빠른 공'에 대한 화두도 떠올랐습니다.

염 감독은 갑자기 당시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에 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정호는 아무리 빨리 던져도 치거든요.""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파워는 우리나라 투수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도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은 많지 않거든요""라며 ""그런데 정호는 특히 빠른 볼에 강하잖아요. 정호는 투수가 160km를 던져도 가운데로만 들어오면 얼마든지 쳐요""라고 부연했습니다.

힘에서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코너워크로 타자를 현혹하기보다 파워로 밀어붙이는 투수가 많다는 점은 강정호가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이날 강정호가 홈런을 친 구질은 직구였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높게 들어온 '실투'였습니다.

에스트라다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빅리그에서 통산 23승을 올린 베테랑 투수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파워가 넘치는 빅리그 투수라 해도 실투 코스로 들어오는 빠른 공은 강정호에게 좋은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과거 염 감독이 말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의 '핵심'이 증명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더구나 구장의 가장 깊숙한 곳인 가운데 펜스 쪽 우측 담장을 밀어서 넘겨 버리는 위력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역시 애제자를 바라보는 지도자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어떤 일을 예상하거나 강하게 암시하는 과거 글이 있는 곳을 두고 인터넷에서 '성지'라는 우스개 표현을 쓰기도 하죠. 강정호가 빠른 볼에 강하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렇게 첫 경기부터 가운데로 날아오는 빠른 볼을 받아쳐 홈런을 터뜨리니 염 감독의 그 '강정호 성공론'이 '성지 발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