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위대한 LG팬” 10점차로 벌어지자 함성이 더 커졌다

기사승인 2014-10-31 22:36:55
- + 인쇄
[친절한 쿡기자] “위대한  LG팬” 10점차로 벌어지자 함성이 더 커졌다

[친절한 쿡기자] 2014년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 31일 결정됐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2위 넥센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 전적 3승 1패로 4위 LG 트윈스를 누르고 대구로 향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잠실구장 현장에서 눈길을 잡아끈 건 승리 팀이 아니라 ‘패배 팀’인 LG의 팬들입니다.

경기는 넥센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5회초 2대2 동점에서 나온 김민성의 3점 홈런, 7회초 강정호의 2점 홈런이 터지며 멀찌감치 달아났고, 8회초에도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스코어는 12대 2로 벌어졌습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는 끝난 거죠.

적은 스코어 차이로 지고 있다면 모를까,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지는 팀 관중들의 상당수는 미리 경기장을 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LG 팬들은 달랐습니다. 8회초 스코어가 10점 차이로 벌어지자 갑자기 LG 응원석인 1루 쪽 관중석은 갑자기 승부와 상관없는 ‘축제의 장’이 됐습니다. 함성소리는 0대2로 뒤지다 동점을 만들었던 4회말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습니다.

LG팬들은 경기 진행에 상관없이 하나 같이 일어나 깃발을 돌려대며 응원가들을 번갈아 합창했습니다. “무.적.L.G”를 외치고 “우리의 서울”을 부를 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스코어 전광판을 보지 않으면 마치 LG가 이기고 있는 팀, 넥센이 지고 있는 팀 같았습니다. LG 현재윤이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잠실구장을 뒤덮은 건 1루 응원석에서 들려오는 “무.적.L.G!”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양상문 감독이 1루 쪽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자 팬들은 엄청난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팬들은 졌다고 해서 실망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시즌 초반 꼴찌를 허덕이다 기적 같이 가을야구에 올라왔고,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NC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선수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작별인사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잠실구장 기자석에 앉아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야구장 밖에서 LG 팬들의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LG의 주장 이진영은 준플레이오프 때 “LG의 팬들은 대단하고 위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위대한’이란 표현을 듣고 좀 ‘오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못 생각했습니다. 절대 오버가 아니었습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