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5년 기다린 복귀전 포기한 최홍만… 왜?

기사승인 2014-09-14 16: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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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5년 기다린 복귀전 포기한 최홍만… 왜?

최홍만(34)은 결국 링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5년을 기다린 복귀전을 한 시간 앞두고 포기했습니다. 오랜 만에 올라야 할 링이 무서워서? 아니면 상대 선수가 달아나서? 아닙니다. 돈 때문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최홍만은 지난 12일 밤 서울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레볼루션 2 : 혁명의 시작’에서 브라질의 카를로스 도요타와 대결할 예정이었습니다. 장내 분위기는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습니다. 시작은 오후 7시로 예정됐지만 한 시간을 넘긴 오후 8시10분에서야 선수를 소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대를 설치하는 업체가 장비 일부를 철수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혼란은 최홍만의 복귀전이 무산되면서 벌어졌습니다. 최홍만은 당일 오후 1시부터 경기장에서 훈련 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 경기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죠. 출전을 거부한 겁니다. 2009년 10월 6일 ‘드림 11’ 페더급 그랑프리 파이널매치(상대 미노와 이쿠히사·패) 이후 5년 만에 성사된 종합격투기 복귀전은 이렇게 무산됐습니다.

대전료 미지급에 따른 사태였습니다. 스포츠지 엠파이트에 따르면 최홍만의 매니저 원유성씨는 “대전료 전액을 받고 경기를 뛰기로 약속했다. 기다렸지만 지급은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증거 자료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회를 주최한 격투기 단체 측은 인정했습니다. 대표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대전료의) 50%를 경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홍만 측이 선입금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경기 이전까지 완납하겠다는 협의서를 작성했다. 최홍만을 반드시 링에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했습니다.

최홍만은 대전료 8000만원을 받고 출전하기로 했지만 단체 측은 절반인 4000만원만 지급했습니다. 단체 측이 경기 시작 전까지 잔여분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최홍만은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어떻든 1600여명의 관중과 격투기 마니아들은 작지 않게 실망했을 겁니다.

여론은 요동쳤습니다. 선수와 계약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출전 강행을 시도한 단체를 향한 비난이 대부분입니다. 최홍만을 비난하는 여론도 단체의 미숙한 대회 운영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14일 SNS에는 “선수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해결해주지 않고 일단 링에 오르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20세기에나 먹힐 수법” “프로스포츠 단체라면 금전적인 부분을 매끄럽게 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른 종목보다 부상이 많은 격투기에서 선수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최홍만도 여론의 역풍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한때 씨름과 종합격투기에서 활약했던 프로 선수라면 경기에 대한 책임을 다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경기를 참여하지 않았어도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충분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스스로를 종합격투기 선수보다는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일본 격투기 단체 CMA의 모로오카 히데카즈 회장도 이 같은 여론에 합류했죠. 히데카즈 회장은 “단체와의 문제를 이유로 경기를 거부하는 선수는 링에 오를 자격이 없다. 선수는 관객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홍만의 복귀전 무산은 우리나라 종합격투기에도 작지 않은 오명으로 남게 됐습니다. 대전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단체와 경기를 포기하는 선수 사이에서 좋은 선수가 많아도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발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종합격투기의 암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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