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메달을 부탁해…부탄 동티모르 몰디브의 2014아시안게임 도전기

기사승인 2014-08-30 00: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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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메달을 부탁해…부탄 동티모르 몰디브의 2014아시안게임 도전기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잡은 부탄은 인구 70만명의 작은 나라다. 몰디브, 동티모르와 함께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감동의 첫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부탄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복싱, 골프, 사격, 태권도, 양궁, 테니스, 육상 등 7개 종목에 선수단 16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특히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8강까지 진출했던 시그엘 풉(29)을 비롯해 5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복싱에서 첫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김재휴(50) 감독이 2009년 말부터 복싱 국가대표팀을 맡아 지도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지도를 받은 시그엘 풉이 밴텀급(-54㎏)에서 세계랭킹 10위권 선수들을 꺾는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김 감독이 부탄에 간 것은 인천시와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OCA)가 마련한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인 ‘OCA-인천 비전 2014’(이하 비전 2014) 때문이다. 인천시는 2007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2000만 달러(2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스포츠 약소국을 대상으로 지도자 파견, 운동장비 지원, 선수 초청 전지훈련 등을 지원하겠다는 비전 2014를 제시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전체 메달의 54%를 독식하는 구조를 깨자는 취지였다. OCA 45개 회원국 모두가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한 개 이상의 메달을 따 스포츠의 감동을 공유하자는 의미였다.

비전 2014은 많은 국가의 호응을 얻으면서 인도 뉴델리를 꺾고 2014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인천시는 약속대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비전 2014를 충실히 시행했다.


부탄의 경우 비전 2014의 도움을 받아 김 감독이 파견되면서 복싱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김 감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유망주들을 키워냈다. 덕분에 부탄 복싱은 지난 4년간 비록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아니지만 2011 남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각종 아시아 지역 대회에서 약 50개의 메달을 수확하면서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부탄 복싱 선수들은 지난 7월엔 비전 2014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3주간 전지훈련을 하며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부탄을 비롯해 30개국 653명의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의 유망주들이 비전 2014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왔다.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93개(금29, 은22, 동39)의 메달을 획득했고, 5명이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비전 2014의 마지막 해인 만큼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14개국 선수들을 인천으로 초청해 전지훈련을 실시하도록 도왔다.


다만 올해 41만 달러를 북한 양궁 선수단 전지훈련비 및 장비 지원 비용으로 책정해 놨지만 북한선수단이 입국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