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축구도 안 보나봐’ 기사에 발끈한 조우종, 기자에 직접 연락 “좀 보시죠”

기사승인 2014-07-27 16: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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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축구 안 보나봐, 조우종 중계에 혹평 빗발’이라는 기사 보셨나요?

2014 브라질월드컵에 앞서 벨기에 대 룩셈부르크 평가전 경기에 캐스터로 나선 KBS 조우종 아나운서의 중계를 꼬집은 쿠키뉴스의 기사였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얼마 후 메일함을 확인했더니 조 아나운서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고 부족하다. 기사로 평가를 접하게 돼 반성하게 된다”며 열심히 해보겠다고요. 비판의 대상인 당사자가 직접 메일을 보낸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이후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MBC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SBS 배성재 차범근, KBS 조우종 이영표를 메인 캐스터와 해설자로 이른바 ‘중계전쟁’이 치러진 것이지요. 이 중에서 조 아나운서는 2008년부터 베이징올림픽, 소치동계올림픽 및 프로축구 중계 경험이 있었지만 월드컵 중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재목인지는 많은 이들의 의문이 있었습니다. 걱정이 가득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조우종-이영표 해설진의 조합은 중계마다 화제를 낳으며 방송 3사 중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고 돌아왔지요.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쿠키뉴스는 ‘시청률 1위’ 결과를 낳은 조 아나운서에게 ‘축하’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KBS에서 만난 조 아나운서는 밝은 목소리로 “쿠키뉴스 기사 보고 자극을 받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기사 제목대로 정말 평소에 축구 안 봤나요?

“아니에요. 원래 2008년부터 스포츠 캐스터였어요. 올림픽 방송을 해왔어요. 축구도 평소에 보기도 하구요. 정말 아무 관심 없는 사람한테 시키진 않잖아요.”

-비판 기사 처음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솔직히 화가 났죠.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으면 했어요. 워낙에 제 중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비판이 당연하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기보다는 퇴출시키려는 분들도 많았죠. 어디서 보지도 못한 신인도 아니고. 캐스터로 데뷔하는데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는 분들도 많았지만요.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해외축구를 오랫동안 봤던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게시판 보면 욕이 많았어요. 그러한 비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처음에는 멘탈이 무너졌는데 그 다음부터는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기자에게 메일 보낼 때 제 마음은 어땠겠어요? 정말 비장했어요. KBS N 스포츠 강성철 아나운서 후배가 해준 말이 있어요. ‘형, 욕먹는 게 좋은 거에요. 저는 아무리 중계를 개판으로 해도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해요. 무관심 보다는 욕먹는 게 나아요’라고 말해줬어요. 오히려 용기를 얻었죠.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오기가 많이 생기고 고맙다고 생각해요.”

-기사랑 댓글 꼼꼼히 확인하시는 것 같아요.

“다 확인하고 살펴봐요. 제 이름도 직접 검색해보구요. 악플도 안 읽으려 하지만 다 읽어봐요. 어떤 욕을 써놨을까 싶어서요.”

-그럼 브라질월드컵 중계하면서 기분 좋았던 댓글은 뭐가 있었어요?

“제 중계를 보고 거기에 달린 악플에 다시 댓글을 달며 옹호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조우종 아나운서가 귀에 거슬린다’는 댓글이 있으면 ‘제가 보기에는 듣기 좋은데요’ ‘점점 듣기 좋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또 댓글을 단 거죠. 보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걸 보고 ‘세상은 아직 아름답구나’라고 느꼈어요.(웃음)”



-반대로 가장 상처가 됐던 댓글은요?

“이혜리 기자요.(웃음) 해설을 하다보면 아는 데도 실수를 할 때 있잖아요. 작은 실수 하나로 죽이려고 드는 댓글들이요. ‘평소에 축구 안 보나?’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네’ 등의 댓글이요. 태어날 때부터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요. 본인 기준에 맞춰서 말하는 건 섭섭했어요. 또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질책과 악플이 많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요. 악플들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에 상처로 남았어요. 칭찬 해주면 기분 좋아지고, 또 같이 칭찬해주는 스타일인데 말이죠.(웃음) 이번엔 혼내서 이룬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어떻게 노력했나요?

“월드컵 끝날 때까지 세 시간 이상 잔 적이 없어요. 상대 방송사의 캐스터들의 지식을 다 가지고 와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어요. 그 사람들이 모르는 것까지….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요. 브라질에 가서는 거의 전쟁터였죠. 거기서는 더 못 잤어요. 다른 사람들 잘 때 저는 자고 있지 않았어요. 동이 틀 때쯤 자고, 일어나서 중계하는 식으로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었죠.”

-시청률 1위, 예상했었나요?

“전혀 예상 못했죠. 브라질에 가기 전 스마트폰 메모장에 써놨던 글이 있어요. ‘스포츠 중계 1진이 됐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고독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의 걸음걸음을 지켜다오.’ 한국에 돌아온 후의 글도 있는데 보여드릴게요. 아~ 너무 오글거려서 못보여 드리겠어요.”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하시네요.

“원래 그렇지 않아요. 오글거리는 것도 싫어하고요. 근데 월드컵 갔다 와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월드컵 방송단 해단식에서 팀장이 울었어요. 왜냐하면 이번 월드컵이 정말 KBS에게는 힘든 싸움이었거든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요. 이미 방송 3사중 꼴찌라는 예상을 하고 가는 출정길은 정말로 괴로운 일이었어요. 한달이 넘는 오랜 기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거죠. 근데 막상 1등을 하고 돌아온 마음은 좋지도 않아요. ‘해냈다’는 마음도 잠시. 극도의 허탈감이 느껴졌어요. 경기 중계 전에는 공포감이 느껴졌으니까요. 전쟁을 나간다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싸웠어요.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세상은 평온하게 돌아가고 있구요. 치열하게 싸웠지만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몰라주니까. 이영표도 같은 마음일 거에요.”

-같이 중계하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족집게 예측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잖아요. 솔직히 질투는 나지 않았나요?

“같은 편이니까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이영표가 관심 받는 게 제 목표였어요. 다른 방송사에서는 중계진을 위한 붐업 작업을 많이 했는데, 영표는 못하고 떠났죠. 제가 직접 예능국 돌아다니면서 ‘이영표좀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녔어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 되는 사람이었구요. 3사 해설위원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뜻대로 이뤄저셔 정말 기뻤어요. 그래도 살짝 질투나긴 했어요.(웃음)

-SBS, MBC 라이벌 의식 많이 됐죠?

“양 방송사는 저희를 견제하기 보다는 무시했어요. ‘배성재와 김성주의 대결이다’라는 말이 많았죠. 조우종은 빼고. 삼파전도 되지 못했어요. 결정적으로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 김국진이 저에 대해 걱정스럽게 말했잖아요. 굴욕적이었어요. SBS에서는 ‘벼락치기로 이루려고 하는 건 무의미하다’ ‘벼락치기 캐스터 해설위원들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견제했어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죠. 축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노력의 양은 뒤지지 않아요.”



-그러면 SBS, MBC에 비해 ‘내가 더 잘 했다’는 점은 뭔가요?

“아, 이것도 스마트폰에 메모해놨어요. 브라질 가기 전에. 먼저 우리의 강점을 말씀드릴게요. ‘애드리브’ ‘안정적인 생방송 진행능력’은 저의 강점. ‘해설능력’은 이영표의 강점이죠. SBS와 MBC는 약점만 찾았어요. SBS는 ‘유머감각이 없음’ ‘분위기 창출 능력 부족’, MBC는 ‘정확도’ ‘신선함’ ‘해설능력’이 약점이라고 적어놨네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 일본에 비해 열세한 상황으로 출정했잖아요. ‘나의 장점을 적의 약점에 더해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그대로 적용한 거죠. 우리의 강점을 찾고자 했어요. 월드컵 다녀와서 철들었어요.”

-중계를 예능처럼 재미있게 해서 ‘센스있다’는 평 많았어요. 순발력이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예능처럼 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반대로 제일 진지하게 했어요. 장난도 거의 안 치구요. 이영표가 스코어를 예측했을 땐 동조했구요, 일본이 코트디부아르에게 졌을 때 호텔에 일본 사람들 많아서 들어갈 때 조심해야겠다 말했어요. 또 독일 우승 시상식 할 때는 선수들 여자친구가 너무 예뻐서 질투 났어요. 그래서 여자친구가 선수에게 키스할 때 ‘그만해라’고 솔직하게 중계했죠. 모두들 좋아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가나와의 평가전,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 경기 때 애국중계 논란도 있었죠.

“자동적으로 그렇게 됐어요. 브라질이 아르헨티나가 이기면 싫고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에 이기면 서로 싫어하듯이 우리나라도 일본과 신경전이 있잖아요. 일본이 잘하고 이기면 본능적으로 싫었어요. 중계할 때 객관성 유지해야 되는 게 맞지만 축구 중계 감정이 안 들어갈 수 없었어요. 우리 팀이 치욕적인 점수로 지고 있을 때는 우리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 됐죠. 또 가까운 거리에서 봤으니까 선수들에 대한 잔잔한 애정도 있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게 중계에서 표현된 것이 아닐까요.”

-좋은 성과를 냈는데, KBS에 바라는 거 없나요? MC라든지.

“MC 자리는 늘 욕심이 있죠. 스포츠 캐스터로 일 하고 왔지만 예능MC 하고 싶어요. 주위에 함께 프로그램 하는 이경규, 강호동이 있는데 이들의 아성을 뛰어넘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가 제 자리가 있을 거 같아요. 지금하고 있는 ‘인간의 조건’ 정말 좋아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잖아요. 사람들은 제가 되게 수준 높고, 비싼 곳에 갈 거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동네 백반집, 도서관에 가고 강아지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인간의 조건에서 중계 연습할 때 따끔하게 혼나고 “고등학생 때 선생님에게 혼나는 기분이다”라고 말한 것이 방송에 다 나왔는데….

“한계가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가능성이 안 보이니까. 더 이상은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요. 월드컵 담당 팀장한테 혼나고 엄청 좌절했어요. 당시 너무 힘들었고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고 보살핌이 필요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인간의 조건 멤버들 다 사랑하지만 엄마 같은 멤버 정태호가 말했죠. ‘그렇게 힘들면 그만 둬.’(웃음) 외롭고 힘드니까 주위에 함께 해줬으면 했는데 결국 혼자였어요.”

-브라질에서도 인간의 조건 촬영했잖아요. 피곤했을 텐데, 어땠어요?

“사실 브라질 가서도 ‘인간의 조건’ 찍겠다고 제가 주장했어요. 멤버로 들어갔고 한국에서 함께 촬영하지 못하는 거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었죠. 그래서 카메라 달라고 해서 직접 찍은 거에요. 중계 공부로 세 시간 자면서도 인간의 조건은 밀린 숙제와 같았죠. 그때 미션이 ‘나트륨 줄이기’였는데 브라질 음식이 대체로 다 짜잖아요. 그 와중에 채소 위주로 먹어서 4.4㎏이나 빠졌어요. 마음고생도 합해져서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저질 드리블 잘 봤어요. 실제로 축구는 잘 못하나봐요.

“예체능 통해서 축구가 많이 늘었어요. 지금은 포지션이 중앙수비수에요. 실점률도 많이 낮아졌구요. 방송 아직 안 나갔지만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될 거에요.”

-학창시절에 축구 잘 안했나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유명한 센터포워드였어요. 그 이후로 안 했더니 다른 친구들이 치고 올라왔어요.(웃음)”

-그럼 실제로 하는 축구와 축구 중계는 어떻게 다르나요?

“다르면서 비슷해요. 일단 중계는 몸을 쓰는 게 없지만 체력소모가 엄청나요. 90분 경기에 하프타임, 프리뷰, 에필로그 말로 떠드는 시간이 세 시간이 넘어요. 중계하고 어지러워요. 머리가 띵 하고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요. 축구장에서 뛰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심해요. 이번에 예체능 녹화하는데 갑자기 축구 말고 중계를 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축구하겠다고 했어요. 팀이 같이 뭉쳐져서 조직력이 필요한데 갑자기 빠지면 그렇잖아요. 그라운드에 남기로요.”



-브라질에서 중계 안 할 때 뭐 했어요?

“정말 공부만 했어요. 차타고 오고가면서 구경하는 정도? 이영표, 피디, 엔지니어 저 포함해서 딱 4명 있었는데 이야기를 안 했어요. 40일 동안 있으면서 예수상도 못 보고 이과수 폭포도 못 갔어요. 너무 후회되지만 시간이 없기도 했구요.”

2014 브라질월드컵 중계가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았다고 말하는 조우종 아나운서입니다. 그만큼 비장하고 단단한 각오로 준비를 한 것이지요. 그의 수고와 땀방울이 이 인터뷰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조 아나운서에게 묻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캐스터 제안이 들어오면 할 생각인가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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