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슬픔에 빠진 한국 국민을 위로한 역투

기사승인 2014-04-19 0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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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여객선 침몰 사고로 비탄에 빠진 한국 국민에게 승리로 위로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다저스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류현진은 3승(1패)을 수확하면서 개막 이후 원정에서 4경기 연속 26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다저스 구단 역사상 선발투수가 원정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1988년 9월 오렐 허샤이저(37이닝)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5일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실점과 최소 이닝 강판이라는 수모를 안겨준 샌프란시스코에 완벽하게 복수했다. 당시 2이닝 8피안타 8실점(6자책)으로 2.57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1.93으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원정 및 주간 경기 징크스를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홈 경기에 15번 등판해 7승4패 평균자책점 2.32의 깔끔한 투구를 펼쳤지만, 원정 15경기에서는 7승4패 3.69로 다소 부진했다. 스스로도 “원정 징크스라는 말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원정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이 원정 경기에서 천하무적”이라며 “홈구장인 다저스 스타디움을 원정 구장 느낌이 나도록 개조해야 한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또 지난 시즌엔 주간 경기에 유독 약했다. 밤에 등판했던 22경기에서 11승5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한 반면 낮 경기에서는 8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4.02로 좋지 않았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도 낮에 치러진 경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낮 경기에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다만 류현진은 헌터 펜스와의 천적 관계는 청산하지 못했다. 지난해 펜스에게 14타수 6안타(피안타율 0.429)를 내줬던 류현진은 이날 펜스와 3차례 만나 2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의 호투에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비탄에 빠진 한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역투했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두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Remembering the SEWOL disaster…”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날 원정 라커룸에도 자신의 등번호 대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표식(SEWOL 4.16.14)을 달아 애도를 표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국의 사고소식에 비통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던 류현진에게는 어느 때보다는 귀중한 승리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