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대 최악 피해’ 가습기 살균제 4년, 왜 ‘옥시’ 불매운동은 없을까

기사승인 2015-11-26 05: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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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역대 최악 피해’ 가습기 살균제 4년, 왜 ‘옥시’ 불매운동은 없을까

벌써 4년이다.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힘든 싸움을 생각하면 ‘이제 4년’이라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2011년 산모들이 원인 미상의 중증 폐 질환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진척 없이 방치돼 있다.

사망자만 143명. 2015년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난리’가 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38명)의 3배가 훨씬 넘는다. 총 피해자는 530여명 이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은 수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들과 정부의 지지부진한 구제 정책에 피해자 신청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영유아인 전대미문의 사건에도 피해자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기업들은 여전히 건실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자들과 대조된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나왔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피해자 530명 중 403명이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사용했으며 사망자 143명 중 70%가 옥시 제품을 썼다. 옥시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항균제 ‘데톨’ 세정제 ‘이지오프뱅’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소화제 ‘개비스콘’ 소염진통제 ‘스트렙실’ 등의 의약품을 만든다. 이 밖에도 콘돔 ‘듀렉스’ 제모제 ‘Veet’ 방향제 ‘에어윅’ 등 방대한 사업 분야를 자랑한다.

그런데 잘 떠올려보면 의아한 점이 발견된다. ‘불매 운동’이 없다. 사건의 성격이나 피해자 규모 등을 봤을 땐 일어나고도 남았을 일이다.

사실 피해자·유가족들은 옥시를 비롯해 롯데마트 PB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클린업’을 판매한 코스트코 코리아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불매운동으로 인한 효과도 미비하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25일 “피해자들끼리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맞서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나 가해 인정을 안 하는 기업들이 우리가 불매운동한다 해도 눈 한 번 깜짝이나 하겠느냐”며 “소비자 단체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쪽도 여의치 않은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 단체는 무고한 희생자를 발생케 한 역대 최악의 소비자 피해 사건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소비자 단체 3곳에 문의한 결과 이유는 여러 개로 갈렸다.

한 소비자 단체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들며 ‘앞으로도 연대 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른 단체는 “소비자 이슈 면에서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례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 그만큼 조심스럽다”다고 귀띔했다.

단체는 “이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팔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나오는 다른 제품도 사지 말자는 운동을 하면 사업자 측에서 영업 방해를 들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충분한 소비자 공감대가 형성된 후 불매운동 필요성이 명백해질 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비자 단체는 “불매운동에도 단계가 있다”며 “일반적인 경우 피켓팅 등으로 행동을 취한 뒤 기업과의 대화 물꼬를 마련한다. 이후 피해보상에서 적절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기업이 영업 침해로 역소송을 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윤리적 소비 관점으로 봤을 때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은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옥시와의 개인 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고 합의를 본 피해자도 있어서 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한 옥시의 의견을 들어보려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옥시는 지속적인 취재 요청에도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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