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변조된 음성으로 ‘운지’… SBS 일베음성 노출 처음 아닐 가능성

기사승인 2015-05-27 0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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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변조된 음성으로 ‘운지’… SBS 일베음성 노출 처음 아닐 가능성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SBS가 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엔 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로 제작된 ‘음성변조 노래’가 전파를 탔습니다. 합성음성 노출은 의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SBS 측에서 ‘실수’라고 주장하는 이미지 노출 사고보다 한층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합성음성 노출 사고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SBS 8뉴스는 24일 ‘술 마시고 춤판 벌여도… 책임은 버스기사만’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한 일베 회원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제작한 노래를 5초간 사용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음성을 변조해 “기분 딱 좋다” 등을 반복하는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SBS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에 담긴 음악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일베 측이 합성해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영상은 즉시 삭제하고 노무현 재단 측에는 즉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방송되지 말아야 할 영상 효과음이 어떤 이유로든 전파를 타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해당 음악이 방송되게 된 경위는 신속히 파악한 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방송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시점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 바로 다음 날인 만큼 일베를 이용하는 SBS 기자 또는 직원이 의도적으로 합성된 노래를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실수가 아닌 고의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SBS는 일베합성 이미지 논란은 굵직한 건수만 네 번째, 애매한 논란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 일으켜 불신을 쌓아왔습니다. SBS는 일베 논란이 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실수는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일베합성 음성 노출 사고 역시 처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의혹 보도로 그쳤지만, 당시 방송을 되돌아봤더니 확실히 변조된 음성이 들렸습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2013년 8월 30일자 SBS 모닝와이드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여행-땅끝 해남 마지막 여름을 즐겨라’라는 코너입니다. 리포터가 전라남도 음식 삼합을 시식하면서 “홍어 삼합도 있구요”라는 발언을 한 후 변조된 음성으로 ‘운지’라는 단어가 흘러나왔습니다.

운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의미를 가진 일베 용어입니다. 1990년대 초반 방송된 ‘운지천’ 광고에서 최민식이 산속을 뛰어 다니다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일베 회원들이 운지천에서 운지를 따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홍어 역시 일베에서 전라도를 비하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SBS 측은 “미리 만들어진 VCR에 생방송 출연진들의 말이 믹싱되는 과정에서 ‘묵’자가 묵음 처리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까지 겪고 보니 당시에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일베 음성을 삽입한 것 아닐까라는 의혹이 듭니다.

해당 영상은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SBS 모닝와이드 운지’라고 검색하면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SBS가 의도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일베 게시판에도 ‘방금 SBS 모닝와이드에서 운지 나왔다’는 식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들은 “확실히 운지라는 발음인데?” “하필 홍어 삼합 장면에서” “100% 확실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인터넷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뉴스 리포트를 두고도 비슷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고의나 다름없다” “KBS는 일베 기자인거 알고도 뽑는데 SBS라고 일베 기자가 없겠나”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몇 번째인가”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26일 시사평론가 김성완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실수도 한두 번이지 똑같은 일이 이렇게 계속 반복이 되면 실수를 가장한 의도가 들어갈 수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SBS는 이번 기회에 내부 조직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SBS 8시뉴스 신동욱 앵커는 25일 클로징코멘트에서 “해당 영상은 담당 기자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이라며 “영상 속 배경 음악이 일베 측에서 고의로 합성해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용됐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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