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태진아의 ‘닻’과 시사저널USA의 ‘덫’

기사승인 2015-03-26 17: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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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태진아의 ‘닻’과 시사저널USA의 ‘덫’

"태진아 억대 도박을 처음으로 보도한 시사저널USA 심 모 대표가 문제의 ‘20만 달러 요구’ 녹취록에 대해 오히려 자신이 ‘덫’에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26일(한국시간) 시사저널USA 홈페이지에 게재된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기사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심리학 용어 중에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앵커링 효과는 배가 정박할 때 닻을 내려서 움직이지 않게 하는 상태를 인간의 심리현상에 빗댄 표현이다. 배가 바다 아래로 내리는 닻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 깊은 곳에 내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처음 접하는 정보’이다. 어떤 정보가 ‘처음’ 접하는 것이면, 그 자체로 판단을 내릴 때 영향을 준다.

2006년에 독일 심리학자인 프리츠 스트랙(Frits Strack)과 토머스 무스바일러(Thomas Mussweiler)는 강간범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 대한 실험을 했다.

재판 중 쉬는 시간에 기자들에게 부탁해 시켜서 판사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게 했다.

“형량이 3년 이하인가요?” “형량이 1년 이하인가요?”

질문을 받은 판사들의 형량 선고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전자의 결과는 평균 33개월의 징역형이었다. 후자는 25개월의 징역형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앵커링 효과다. 자신에게 처음 강요받는 질문의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일으켜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번 태진아 사건에서 아직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태진아는 25일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26일에 시사저널USA는 (억대 도박의 구체적 증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태진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인의 권창범 변호사가 26일 오후에 서울중앙지검에 시사저널USA 심모 대표를 공갈미수죄와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진실공방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재차 강조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태진아와 시사저널USA 각각 대중들에게 주는 ‘첫 정보’가 전혀 다르다. 그러니 앵커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태진아는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함과 동시에 눈물을 보이면서 감정에 호소까지 했다.

반면에 시사저널USA는 언론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사 안에 명확한 ‘사실적 정보’, 즉 ‘증거’가 부족하다. 자신들은 “공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은 감정의 앵커링과 불충분한 사실적 정보의 앵커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뇌 속에는 이성을 다루는 대뇌피질이 있고 감정을 다루는 변연계가 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 이성의 뇌가 아니라 감정의 뇌가 답이다. 완벽한 100% 정보가 사실이면 흔들리지 않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는 결국 감정의 뇌가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된다. 대중들은 명확하게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시사저널USA의 반응에는 이성의 뇌(대뇌피질) 조차도 덜 작동을 할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태진아를 보며 감정의 뇌(변연계)가 크게 작동한다.

나중에 시사저널USA측에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대중들의 말과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눈물로 호소가 된 감정에 여전히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각인형상(imprinting)’ 때문이다. 조류들은 알에서 부화한 뒤 이틀 정도에 처음 눈에 들어온 대상을 자신의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 다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태진아에 대한 대중들의 첫 각인 이미지는 ‘눈물’, 녹취록까지 이용한 ‘강한 반박’ 등이다. 시사저널USA는 ‘증거가 약한 보도’이다. 이렇게 한번 뇌 속에 새겨진 기준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젠 시사저널USA가 웬만한 수준의 증거를 내놔도 대중의 시선은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태진아 ‘동정론’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말 센세이셔널하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완벽한 증거라면 몰라도.

시사저널USA는 첫 보도부터 일정 수준의 증거를 내놨어야 한다. 특종을 터뜨렸다고 자부하는 언론사라면 첫 이미지를 ‘충분한 증거’ ‘충실한 취재’로 형성했어야 한다. 시사저널USA가 (증거가 있다면) 바로 증거를 공개하지 못한 사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들의 ‘덫’을 스스로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 누구도 부인 못할 완벽한 증거가 나온다면 어떨까. 사람에겐 이성이 무너졌을 때 보다 감정이 무너졌을 때 받는 상처가 훨씬 크다. 태진아를 믿고 따라준 팬들은 감정의 바다에 내린 닻을 올리고 먼 바다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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