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피습] “둘째도 한국에서” 화기애애한 순간 갑자기…사건의 재구성

기사승인 2015-03-05 17: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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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피습] “둘째도 한국에서” 화기애애한 순간 갑자기…사건의 재구성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충격적인 테러 사건이다. 다른 곳도 아닌 세계가 인정하는 대도시인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 대사가 개인에게 ‘칼부림’을 당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하는 조찬 강연회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도착한 건 5일 오전 7시 35분쯤.

리퍼트 대사는 최근 민화협 상임의장에 선출돼 이번 자리에 참석한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했다. 장 의원은 홍사덕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이 와병으로 불참해 이날 주빈격으로 리퍼트 대사를 맞았다.

식사를 시작한 지 5분 정도가 흘렀을까. 리퍼트 대사가 조찬 동석자들에게 “둘째 아이도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하는 등 한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는 순간, 인근의 한 남성이 갑자기 일어나 한 참석자 옆에 유인물을 내려놓은 뒤 리퍼트 대사를 밀쳐 눕혔다. 그러고는 25㎝ 길이의 흉기를 수차례 휘두르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됐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에선 피가 흘렀고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였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현장에서 순찰차를 이용해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어 세브란스 병원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와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 집도로 약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종로경찰서로 시송됐으나 부상을 호소해 치료부터 받길 원했고,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면서 “전쟁훈련 반대한다” “이산가족들이 못 만나는 이유가 전쟁훈련 때문이라서 그랬다”고 외쳤다.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오전 9시 30분에 열린 1차 브리핑에서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어떤 경호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중동 4개국 순방 세 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이번 사건을 보고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밝혔다.

로버트 오그번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수술이 종료되기 직전인 오전 12시 10분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브리핑을 열어 “리퍼트 대사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오후 2시에 “리퍼트 대사는 얼굴에 길이 11㎝, 깊이 3㎝, 왼쪽 팔에 2㎝의 상처를 입었고 힘줄 근육 2개가 파열됐다”고 수술 경과를 알렸고, 1시간 뒤 민화협은 서울 구세군회관 건물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