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영상] “경로를 벗어나면 쓸모없는 사람”… 한국 교육 시스템 비판한 어린 학생

기사승인 2014-12-17 16: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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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캡처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십여년 전만 해도 흔하고 흔했던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단과 학원에 과외 수업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돌아야하기 때문이겠죠. 시골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가 없어진 겁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5~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스트레스 원인 1위가 학원, 2위는 성적으로 나왔을까요.

제3의 눈이 한국의 교육 현실을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이름은 제이슨(Jason), 어린 학생입니다. 나이를 많게 봐도 중학생 정도로 보입니다. 미국에 조기 유학을 갔던 것일까요? 제이슨은 지난 13일 유튜브에 ‘Dear Korea’라는 제목으로 자기 생각을 펼친 영상을 올렸습니다.

제이슨은 영어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엄청나게 끔찍하다”며 “한국 사회가 ‘우수한 성적’을 유일한 성공 경로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 경로에서 벗어나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교보다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수면시간은 4시간에 불과하다. 학교를 마치면 숙제를 끝내고 학원을 가는 사이클이 매일 반복된다” “한국의 부모들은 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여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 속에선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살 건가 고민할 시간도 없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쏟아냅니다.



제이슨은 1인 2역 역할극을 통해 한국이 아이들을 분류하는 방식을 조롱했습니다. 학생 역이 “한국에 돌아가게 됐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자 로봇 역은 “하루에 18시간을 공부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부모의 사랑을 받을 기대를 하지 말라” 등의 말을 하네요. 마지막엔 “이미 많이 늦었다. 한국 정부는 뭐라도 시도해보길 바란다”라고 끝맺습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상 밑엔 수백개의 영어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내용은 “모든 한국인들이 제이슨의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 최악의 기간은 한국에서 학원 교사 일을 할 때였다” “이 의견에 동의하지만 시스템을 쉽게 바꿀 순 없을 거다” “아주 멋진 학생이다. 그 생각을 오래 유지하길 바란다” 등입니다.

국내 네티즌들도 “개방적인 서양인의 시각에선 한국을 바라보면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이 없을 것” “한국으로 돌아오면 시스템에 순응해서 꼭 성공해라. 그다음에 변화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저 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난 걸까. 왜 난 부럽기만 할까” 등의 댓글을 달며 씁쓸해하고 있네요.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사교육에 투자한 금액은 180억 달러(약 20조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기도 하죠. 도대체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요.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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