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초등학생 여동생이 성희롱 당하고 있어요”

기사승인 2014-10-24 10: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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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초등학생 여동생이 성희롱 당하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여섯 살 남자아이가 같은 반 여자친구의 손에 입을 맞췄다가 정학 처분을 받아 ‘과잉 징계’ 논란을 낳은 것이죠. 이 일은 학교에서 정학 사유를 ‘성희롱’에서 ‘비행’으로 바꿔 학적부에 기재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미국에선 이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통제가 심한 편입니다. 통학버스에서 침을 뱉는 행위까지 학적부에 기재될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최근 아이들 간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떠오르고 있지만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엔 조금 심각한 얘기가 인터넷에 올랐습니다.

23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초등학생 여동생이 반 친구에게 성희롱 당하고 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이 글엔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들었습니다. 내용은 ‘어른 되면 나랑 결혼하자’ ‘너 지금 가슴에 쮸쮸 있지?’ ‘자기야 나랑 키스하자’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내가 너 옷 벗길 거야’ 등입니다.

글 작성자는 “여동생이 싫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성희롱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학급을 맡은 선생님이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상대 측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얘기해보겠다”는 말 외엔 확실한 답변을 못 들었다고 하네요.

이 같은 메시지를 성인 여성에게 보냈다면 명백한 성희롱입니다. 서로 연인 관계가 아니거나 호감이 없다면 말이죠. 발언 수위를 봐선 성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제재해야겠죠. 하지만 남자아이를 범죄자로 낙인찍어버리기엔 가혹한 측면도 있습니다. 선생님으로선 정말 난감한 상황이겠네요.

그러나 네티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조숙해서 다 알고 저 짓을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 외에 “남자아이 측 부모의 책임이 크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저런 말을 하다니” “정신적 상태가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습니다.

일주일 전 유치원생 간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일곱 살 남자아이 네 명이 여섯 살 여자아이를 상대로 치마 속에 손을 넣는 등의 행동을 했습니다. 이때에도 유치원 측은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장난이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의 분노를 키웠고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모두 이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요즘 아이들은 선정적인 자료가 널려있는 인터넷에 노출돼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야동(음란 동영상)’을 접한 후 성적 욕설을 생각 없이 내뱉습니다. 그런 만큼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가정에서부터 성 차이와 성 역할을 가르쳐 올바른 성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문제가 불거졌다면 여자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를 대상으로 전문기관 연계교육도 마련해야 합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하는 성적 일탈은 평생의 상처와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전에 체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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