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베 논란 SBS “재발 방지하겠다”는 약속도 벌써 몇 번째인가요?

기사승인 2014-10-19 15: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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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일베 논란 SBS “재발 방지하겠다”는 약속도 벌써 몇 번째인가요?

SBS가 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합성한 이미지를 송출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굵직한 건수만 따져 봐도 벌써 네 번째, 애매한 논란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입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6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벌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날 ‘종이로 만든 세상, 종이 아트’란 주제로 가위를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송모씨를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송씨가 제작한 조선 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 그림을 원작과 비교하는 장면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이 있어야 할 곳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가 나간 겁니다.

즉각 일베 게시판엔 ‘일베가 또 해냈다’는 식의 글이 올랐습니다. 일베 회원들은 일베에서 만든 이미지가 방송을 타면 일종의 성취감과 희열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들은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미지를 변형해 퍼트리고 있습니다. 일베 회원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PD는 이 시대 진정한 언론인”라거나 “SBS에 진짜 ‘일베충’이 살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SBS는 17일 오후 “노 전 대통령 유가족과 시청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프로그램 책임자를 즉각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과문에서 “이번 방송사고는 관련 자료 화면을 웹사이트에서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영상이나 자료화면을 보관하는 ‘이미지 뱅크(Image Bank)’의 범위를 확대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사람이 확인하는 이중 점검 체제를 갖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제는 SBS를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똑같은 실수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엔 “구글에서 단오풍정을 검색하면 해당 이미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냈습니다. 불신의 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첫 ‘일베 사고’ 역시 SBS가 스타트를 끊었더군요. ‘SBS 8뉴스’는 지난해 8월 20일 본산 수산물 방사능 노출 우려를 다룬 ‘특파원 현장’ 코너 도중 자료화면 그래프 중앙 밑 부분의 ‘노알라’ 이미지를 내보냈습니다. 노알라는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합성이미지로 노 전 대통령 얼굴에 코알라를 겹쳐놓은 형상입니다. 당시에도 ‘SBS 내부자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두 달 전 한 일베 회원이 SBS 내부 사진을 올리며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음을 잊지 마라”라고 적은 글이 발견됐고 사고 직후엔 같은 네티즌이 “일게이(일베 회원) 선배들 짓이다. 단체로 중징계를 당할 듯싶다”라는 글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SBS 스포츠뉴스는 연세대 로고를 잘못 사용했습니다. 연세대학교를 상징하는 ‘ㅇㅅ’표시가 아닌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으로 합성한 연세대 마크를 내보낸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BS에 ‘주의’를 내렸죠. SBS는 “스포츠 취재부에서 연세대 마크를 사용하기 위해 구글에서 큰 사이즈 이미지를 검색해 찾은 이미지”라며 “무지에서 비롯돼 사고가 났다”며 사과했습니다. 재발 방지도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실수는 반복됐습니다. 지난 3월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ㅇㅂ’라는 글자가 합성된 고려대학교 마크를 송출했습니다. 방심위도 반복된 실수의 책임을 물어 SBS에 ‘권고’ 조치했습니다.

SBS 측은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되풀이했습니다. 또한 “외주 제작사의 실수” “편집상의 실수”라며 일베와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반복된 실수에 네티즌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습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거론됐습니다. 김진욱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17일 “SBS의 방송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기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의 징계를 비롯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역시 “SBS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일베 이미지로 벌써 네 번째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 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외주 제작의 문제가 아닌 의도적 사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온 방심위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번엔 과징금 처분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와 MBC 등 다른 방송사에서도 일베이미지를 송출하는 실수가 없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SBS만큼 잦진 않았죠. 네티즌들은 “SBS에 제휴를 맺은 외주 업체에 근무하는 일베 회원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짓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SBS에서 또 한 번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가 포함된 것을 알고도 내보냈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치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