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내 나이 서른 둘, 지방대 시간강사입니다”

기사승인 2014-09-30 1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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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내 나이 서른 둘, 지방대 시간강사입니다”

시간강사의 설움이 폭발한 걸까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나는 서른둘, 지방대학교 시간강사다. 출신 대학교에서 4학점짜리 인문학 강의를 한다. 강사료는 시간당 5만원. 그러면 일주일에 20만원, 한 달에 80만원을 번다. 세금 떼고 70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오는데 방학엔 강의가 없다. 그러면 70만원 곱하기 8달, 560만원이 내 연봉이다.”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글 작성자 A씨는 대학 조교 시절부터 시간강사가 되고난 후까지 각 시기별로 서러웠던 심경을 정리했습니다. 이달 중순부터 연재됐고 29일 네 번째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에는 ‘대학원 입학과 조교생활’ ‘등록금과 장학금’ ‘대학과 패스트푸드점’ ‘연구소 조교 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A씨는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을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갔습니다. 다음은 한 교수의 이사를 도와주다 책 무더기에 깔린 경험을 읊은 부분입니다.

“걷지 못할 만큼 다쳤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수는 전화 한 통이 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나에게 전화해 많이 다쳤는지, 몸은 좀 어떤지, 내 일을 도와주다 그랬으니 정말 유감이라든지, 그러한 말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모든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했고, 여름 내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곳이 내 직장이라면, 내 청춘을 바치고 있는 곳이라면, 나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해주길 바랐다.”

‘보따리강사’라고 불리는 시간강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익히 알려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방학이 되면 대리운전 일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A씨도 패스트푸드점 알바와 택배 상하차 알바를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4년 전엔 교수 임용에 탈락한 한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수사해 달라”는 유서를 남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었죠. 이따금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제자리걸음입니다.

네티즌들은 수많은 댓글로 A씨를 위로했습니다. “절절한 진심이 가슴을 울린다” “방금 노동착취당한 너덜너덜한 석사2기… 이글 읽고 눈물로 베개를 적십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 등의 내용입니다. 그러자 숨어있던 다른 시간강사들도 나타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정말 앞도 잘 안 보이는데 어딘가 내 자리 하나 정도는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공부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A씨는 “다음에는 어머니에 대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며 연재가 계속됨을 알렸습니다.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머릿속에 크게 울린 부분을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신용등급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전화가 오면 앞자리가 02-1588로 시작하는지 확인 후 전화기를 돌려놓는다. 이런 생활이 몇 년째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학생들에겐 허울 좋은 젊은 교수님, 내가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알까.”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