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자전거는 왕이 아닙니다”… 격화되는 자전거 vs 자동차

기사승인 2014-09-23 0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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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캡처

차량이 도로를 진입하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와 부딪히면 책임 비율이 어떻게 될까요.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판단하기 모호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논란을 불렀습니다.

19일 자동차 정보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재된 영상을 보면 차량 운전자 A씨는 도로에 진입하면서 좌측을 주시하느라 정면에서 달려오는 자전거를 보지 못해 치고 맙니다.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가 살짝 전진할 때 ‘퍽’하고 부딪힌 겁니다. 자전거의 속도가 빨라 충격은 꽤 컸습니다. A씨가 가만히 있었다고 해서 자전거 탑승자 B씨가 피해갈 수 있었을지는 애매합니다.

A씨는 “보험사 측이 상대방 부모가 치료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요구해오자 80만원에 합의했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자전거와 부딪히면 무조건 지는 건가요?”라며 억울한 심정도 내비쳤네요.

보배드림 회원들은 발끈했습니다.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가 역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인데 왜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냐는 겁니다. 한 회원은 “오히려 수리비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을 달아 호응을 얻었습니다. 뒤이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됐네요” “자전거가 100% 과실인데 어이없다” “이대로 넘어가선 절대로 안 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차량이 움직일 때 부딪혔기 때문에 A씨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A씨가 전진하지 않았다면 B씨가 피해갔을 거라고 본 것이겠죠. 그렇다고 해도 역주행을 한 책임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운행해야 합니다.

이후 회원들은 과실비율을 두고 5:5부터 9:1까지 옥신각신을 벌였습니다. “차량 수리비는 청구할 수 있지만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어 치료비는 물어줘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네요.
한문철 변호사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자전거의 100% 책임”이라고 봤습니다. 차량이 움직인 거리가 불과 50㎝ 정도이므로 가만히 있었어도 자전거가 부딪힐 상황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한 변호사는 이어 “차량이 주도로로 갑작스럽게 진입하다 사고가 난 경우엔 운전자의 과실이 50~60% 정도 잡히지만, 미리 머리를 내밀고 있는 이번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치료비를 대줘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약자보호원칙은 100:0일 땐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글 작성자가 이를 알게 되면 억울한 심정이 조금 풀릴 것 같네요.
지난달 24일엔 자전거 동호회 회원 700여명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대관령까지 200㎞를 달리는 대회를 열면서 도로를 점령해 공분을 불렀습니다. 이처럼 자전거 인구가 점점 늘면서 도로에서의 신경전도 격화되고 사고 발생 건수도 늘고 있습니다.

자전거 사고는 2000년에 6352건에서 2012년에 1만290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 역시 2010년 297명, 2011년 275명, 2012년 295명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부분 자동차에 치여서 사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탑승자의 마인드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자전거가 느리지만 엄연한 ‘차’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된 유럽에서는 ‘약자 보호 원칙’에 따라 자전거 우선 문화가 정착돼 있는 편입니다. 자전거를 뒤따르는 상황에서도 추월하지 않는 여유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자전거 탑승자 역시 수신호를 통해 차량이 원활하게 추월할 수 있도록 비켜줍니다. 우리나라도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닌 미소를 지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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