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한글 배운 할머니의 시, 우릴 울리네… 페북지기 초이스

기사승인 2014-09-18 14: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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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글자를 배운 할머니가 쓰신 시 한 편이 네티즌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글자를 몰라 가슴 한켠에 담고만 계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페북지기 제 가슴 또한 저릿하네요.

이 시는 안도현 시인께서 지난 10일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시인은 “나를 마구 뒤흔들고 있는 시 한 편이다. 늦게 한글 배운 이 할머니가 시인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그림시 한 편을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대구내일학교 김주연 할머니께서 쓰신 ‘오빠 그리워’라는 제목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오라버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묻어 있는 시입니다.

‘그 옛날 오빠의 모습 / 나 시집 보내 놓고 마음 아파하시고 / 배추 농사 지어서 나에게 한 짐 / 그 뒷모습 한없이 울었네

세월이 흘러 / 꽉 말라 가는 오빠의 모습에 /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모습에 / 또 한없이 울었네

내가 가면 창고에서 맥주 꺼내어 / 동상 왔나 한잔 해라 하는 목소리 / 이제는 들을 수 없네’

시 아래 켠에는 하트 뿅뿅과 함께 눈물 흘리는 여동생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이제는 볼 수 없는 오라버니를 추억하는 할머니의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군요. 뒤늦게 한글학교에서 글을 배우시고 쓰신 것 같아요.

네티즌들 또한 할머니의 시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늦게 한글 배운 할머니의 시, 우릴 울리네… 페북지기 초이스


“명조체도 아니면서 궁서체도 아니면서엽서체도 아니면서 한획 한획 정성스럽게 꼭꼭 눌러 마음을 담아내신 글씨도 완전 문학 그 자체네요그립다는 시구보다도 더 찐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아! 눈물이 고이네요. 동생들한테 잘못했다고 용서하라고 전화 해야겠네요”

“이 시 읽다보니 시골에 계신 우리아빠가 도시에서 온 고모들, 삼촌들 오면 좋은 것만 추려 가마니에 담아놓은 마늘 양파 또 다른 많은 것들을 한가득 싸 주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ㅠ”

안도현 시인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시심을 한껏 일깨워주신 할머니의 시에 페북지기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