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재난주관방송 포기한 KBS…"시청자 게시판 중지 '여론' 반영했다""

기사승인 2014-04-24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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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 국가재난방송 포기?…"시청자 게시판 중지 여론 반영"

24일 오후 1시 30분 현재 공영방송 KBS 1, 2채널은 각기 ‘스카우트’와 ‘VJ특공대’를 방영하고 있다.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급박한 수습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난주관방송의 의무를 포기하고 교양 프로그램 위주의 일반 편성에 들어간 것이다.

반면 YTN은 같은 시각 ‘뉴스특보’를 통해 생생하게 구조 및 시신 수습 소식을 전하고 있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구조 174명, 사망 169명, 실종 133명’이란 자막이 선명하다.

2011년 12월 1일 KBS 김인규 사장과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 경찰청 조현오 청장, 산림청 이돈구 청장 등은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국가 재난방송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민에게 재난 관련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전달, 국민의 재산과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으로부터 재난 정보를 제공 받은 KBS가 TV채널과 라디오, DMB 및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겠다는 협약이었다.

이러한 협약이 아니더라도 KBS는 국민 세금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가기간방송이기 때문에 재난 상황을 충실히 보도할 필요가 있다. 한데 KBS 전 채널이 기간방송과 재난방송의 의무를 져버리고 이 시각 현재 ‘꽃 중년을 만들어 드립니다’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상의 국가재난주관방송인 1TV 채널은 드라마 ‘사랑은 비를 타고’를 비롯 ‘동물의 세계’ ‘강연 100℃’ ‘아침마당’ 등을 내보냈다. 주말엔 사극 ‘정도전’도 편성했다. 다만 아침 9시, 낮 12시, 오후 3시 등에 ‘뉴스특보’를 운영하긴 한다.

KBS는 사건 당일일 16~19일 85시간 연속 특보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청자 등이 'KBS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연속 특보 방송이 과연 실종자 가족을 위한 것이냐?"는 불만 등이 접수돼 연속 방송 체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체제 등을 갖추고 부정기적 특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의 이같은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맹골수도 구조 현장에선 유속이 오늘부터 빨라져 구조원들이 늦기 전에 단 한 구의 시신이라도 인양할 양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판에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교양 편성’에 들어갔다. 만약 KBS 고위 간부 단 한 사람이라도 희생자 학부모가 있다면 재난주관방송의 의무를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적어도 KBS 1TV만이라도 24시간 속보 체제를 갖춰야 옳다고 본다. 국민의 집단우울증을 우려해 ‘24시간 속보’가 문제가 있다면 국민 활동 시간인 오전 6시에서 자정까지 KBS 1TV만이라도 뉴스를 전해야 한다. 벌써 접기는 이르다.

KBS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KBS가 국가기간방송이며 국가재난방송이라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민간 방송사와 시청률 경쟁을 위해 전일 또는 반일 ‘뉴스특보’를 마감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KBS 측은 침몰 사고 기간 24시간 특보 방송에서 KBS뉴스 시청률 하락 지적이 있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종일 뉴스 특보를 방송하다 보니 뉴스 시청률이 분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9시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적어도 1TV는 시청률 경쟁하는 채널이 아니다. 국민교양 함양과 재난·전시 등 위급 상황을 위한 공영채널인 것이다.

이날 KBS는 특보 체제를 끝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KBS1의 경우 지금도 24시간 특보체제다. 일부 다큐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지만 특보체제 안의 일부 프로그램일 뿐이다. 속보가 들어오면 곧바로 전환된다. KBS는 실종자 최후의 1명이 구조되는 그 순간까지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은 이것을 재난주관방송사의 특보로 인식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고 현장에서 저 많은 숫자가 촌각을 다투고 수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낮방송만이라도 뉴스특보를 계속해 국가가 국민을 지켜준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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