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도 널 찾겠다” 세월호 잠수사들 목숨 걸고 사투

기사승인 2014-04-20 20:07:00
- + 인쇄
“내가 죽어도 널 찾겠다” 세월호 잠수사들 목숨 걸고 사투

[쿠키 사회]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 혹시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잠수사들의 악전고투가 20일에도 계속됐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승객들을 구하려는 해군과 해경, 민간 잠수사들이 극도의 악조건 속에서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행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후의 한 명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잠수사들의 목숨을 건 사투 끝에 일부 선체 및 객실 진입은 이뤄졌으나 여전히 추가 수색작업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을 비롯한 해군과 해경의 수색·잠수대원들은 세월호 침몰 해역의 미끈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잠수해 내려가고 있다. 조류가 거셀 때는 1분도 되지 않아 잠수한 원래 위치로부터 100m 이상 흘러간다. 거센 조류 탓에 선체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휩쓸려 간다는 얘기다. 일명 ‘머구리’라는 속칭으로 불리는 잠수부 투입으로 그나마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작업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면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잠수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5∼20분에 불과한 잠수시간을 넘길 경우 체내에 질소 농도가 높아져 이른바 잠수병에 걸릴 수 있고, 저체온증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탈진하거나 심하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환경에서 잠수사들이 장시간 수색작업에 투입되는 만큼 최대한 수색작업의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잠수사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제2의 한주호 준위’ 같은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군 특수전여단 소속이던 고 한주호 준위는 2010년 3월 천안함이 침몰하자 소속 부대원들과 함께 구조요원으로 참여했다. 한 준위는 높은 파고와 낮은 수온 등 극한의 환경에서 수색작업을 이어가다 실신한 뒤 소생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한 해상안전 전문가는 20일 “실종자 수색 및 구조를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도 “수색작업에 투입된 잠수사들의 안전에도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고 해역에 투입된 해군 병사의 인명 피해도 발생한 상태다.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의 대조영함(4500t급) 내에서 지난 16일 화물승강기 작업을 하다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승조원 윤모(21) 병장이 끝내 숨졌다. 윤 병장은 사고 직후 링스헬기로 제주 한라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윤 병장은 전역을 2개월여 앞두고 있었다. 해군은 윤 병장이 임무수행 중 숨졌다고 판단하고 순직 처리할 예정이다.

잠수사들은 세월호 침몰 해역이 천안함이 침몰한 서해 백령도 해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고 해역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리로 유명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이다. 잠수사들은 얼굴에 착용한 장비가 벗겨져 나간다거나 깃발이 펄럭이듯 몸이 흔들린다고 한다. 특히 강한 조류에 쓸린 펄은 잠수사들의 시야를 가려 가시거리가 20㎝에 불과하다. 물의 흐름이 멈추는 정조 시간대는 6시간에 한번 찾아오지만 비바람, 안개, 어둠 등 외부 환경으로 소중한 적기를 놓치는 일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19일 공개된 해경의 수색 장면 촬영 영상에서도 잠수사들은 선체까지 연결된 생명선인 ‘가이드라인’을 잡고 손전등을 켠 채 힘겹게 선체를 향해 내려갔다. 수많은 부유물이 떠다니는 데다 시야가 극히 짧고 물살까지 거세 가이드라인을 잡고 나아가는데도 쉽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