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지점장 '살생부' 작성 논란

기사승인 2014-04-18 0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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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한국씨티은행이 작성하는 영업점 평가자료를 놓고 살생부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BM(Branch Manager·지점장) 평가 기초자료’를 작성해 올리도록 지시했다. 이 자료에는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 이름과 지점명을 적도록 돼 있다.

은행 내에서 ‘데쓰노트(Death Note)’로 불리는 이 자료는 지난 8일 씨티은행이 56개 점포를 없애는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뒤 작성됐다.

노조는 Pass 그룹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 Doubtful 그룹은 구조조정 때 내보낼 사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지점장이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데쓰노트를 만든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측은 이에 대해 통폐합 영업점장에 앉힐 적임자를 선별하기 위한 작업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며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희망퇴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씨티은행이 점포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씨티은행은 190개 지점 중 30% 가량인 56개를 줄일 방침이며 650명 가량의 희망퇴직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다음 달 9일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 지점을 시작으로 7주에 걸쳐 매주 5~10개씩 점포를 줄일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