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가혹한 소식… 추가로 사망 확인된 아이들 사연

기사승인 2014-04-17 2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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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실종자 가족들에게 17일 또 다시 가혹한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추가 사망자 명단이 속속 밝혀질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은 눈물 바다가 됐다.

오전 7시40분쯤 학부모대책본부가 차려진 진도실내체육관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진도해양경찰서 관계자가 “방금 사망자 한 명이 확인됐다. 신원미상이던 시신 1구는 박승빈(17)양이라는 소식이 들어왔다”고 말하자 조용했던 실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응급환자 이동진료소 부스 앞에 앉아있던 박양의 어머니는 박양의 이모를 껴안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주변 부모들도 남 일이 아닌 듯 서로 다가와 어깨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한 부모는 “(언론사의) 오보일 것이다. 믿지 마라. 아이는 분명히 살아 올 것”이라고 말을 건넸고 박양의 어머니는 “그렇죠? 오보죠? 죽었을 리가 없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뒤 박양의 사망 소식이 공식 발표됐고 가족들은 구조대의 부축을 받고 목포 한국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40분쯤엔 박영인(17)군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한 방송사 뉴스 특보의 사망자 명단에서 박군의 이름을 발견한 어머니는 체육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 애들 어디 있는 거냐. 책임자 나오라. 사망 소식도 뉴스 보고 알아야 하나”라며 소리쳤다. 박군의 어머니는 체육관 정문 앞에 마련된 생존자 명단을 바라보며 울기 시작했다. 주변 학부모들이 “아들 보러 가라”고 다독이자 박군의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 안 갈 거다. 아들 안 죽었다”며 오열했다. 가족들은 울면서 버티는 박군의 어머니를 부축해 구급차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사고 발생 24시간이 지났지만, 아이들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절망하는 이들도 늘었다. 한 학부모는 강당으로 올라가 “내 딸 죽었어. 당신들 아들·딸들도 죽었어. 그러니 우리 이제 아이들 보낼 준비하자”고 말했다. 다른 부모들은 “내 자식 안 죽었어” 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