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려달라 딸 절규까지 휴대전화 촬영” 순천 초등 3학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기사승인 2013-10-24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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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려달라 딸 절규까지 휴대전화 촬영” 순천 초등 3학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쿠키 사회]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생 딸이 급우 10여명에게 몇 개월 동안 고문에 가까운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피해학생 부모는 특히 가해학생들이 딸을 괴롭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을 정도로 참혹한 폭행을 자행했는데도 학교 측은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23일 한 포털사이트에 네티즌 A씨가 ‘전남 순천 초등학생 폭행사건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순천의 B초등학교에 다니는 열 살 초등학교 3학년 딸(C)이 겪고 있는 일”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학기 초부터 딸이 이상했다. 여름에는 느낌이 안 좋아 담임(D)에게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를 드렸다”면서 “하지만 아이는 곧잘 옆구리와 정강이, 팔뚝 등에 멍이 들어왔고 결국 최근에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적었다.

글에 따르면 D 교사는 지난 15일 C양을 괴롭히던 학생의 휴대전화 속 동영상을 발견하면서 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 D 교사는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본 뒤 반 아이들 12명이 C양을 괴롭혀온 것을 확인했고, 지난 18일 가해학생 부모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폭행 사실을 알렸다.

A씨는 가해학생들이 촬영한 동영상에 딸이 참혹하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주먹질이 아닌 고문 동영상이었다. 찍지 말라는 절규에도 가해학생들은 딸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에 폰을 들이대고, 물을 뿌렸으며, 등에 주먹질을 하고, 무릎을 꿇리고, 온갖 욕설에 괴성에 고함을 질렀다”며 “교실 모퉁이에서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사물함을 잡고 있는 딸을 팔이 빠져라 당겨 괴롭혔고 그림을 그리던 아이의 손가락을 선생님 회초리로 찍었다. 살려달라는 아이의 절규가 머릿속을 맴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특히 학교측이 동영상을 자신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등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D 교사는 혼자 수습하려고 동영상을 요청한 우리에게 걱정된다며 보여주지 않은 채 자신은 법적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며 “19일에 내가 직접 학교폭력센터에 신고했다. 21일 학교에 찾아가 학생부장과 교장, 교감을 통해서야 폭행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가해학생 부모들 대부분이 사과는커녕 비상식적인 언행을 했다고 치를 떨었다.

그는 “한 가해학생 부모는 자신이 정신과 상담의사라며 아는 의사를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했다. 이게 가해자 부모가 할 소리인가”라며 “딱 한 분만 울면서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잘못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학생들이 열 살 정도라 형사처벌이 안된다고 하지만 (그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뭐든 할 것”이라며 가해 학생들이 꼭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문제의 글은 유명 커뮤니티와 육아 사이트 등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에는 “끔찍한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가해 학생은 물론 아이 잘못 키운 학부모와 사건을 덮으려고 한 학교 관계자들 모두 처벌받길 바란다”거나 “내 아이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피눈물이 났을 것이다. 삼청교육대를 부활시켜서 가해학생들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식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고발글 자체가 거짓말이거나 과장됐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건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는데다 사건 주변인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 낚시글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은 어느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인지 찾아 나서기도 했다. 피해 학부모와 알고 지낸다는 한 네티즌은 “학교 측이 가해학생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학교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순천경찰서와 순천교육지원청은 관련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순천교육청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아직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