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성폭행 논란’ 심학봉은 ‘권력 중독자’

기사승인 2015-08-04 0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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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성폭행 논란’ 심학봉은 ‘권력 중독자’

국회의원의 ‘성폭행 논란’이 불거졌다. 장본인은 새누리당 심학봉(경북 구미시갑·사진) 의원이다.

3일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심 의원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도 심 의원에 대해 ‘비호’의 뜻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2013년 심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성폭력에 희생되는 아이들은 하루 평균 3명, 그런데 징역형은 5년 6개월’이라며,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100만 시민 서명운동’에 동참한다며 카드와 친필 사인을 올렸다. 이랬던 심 의원이 지난달 24일 보험설계사 A씨(여·48)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 당한 것이다. 사건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심 의원은 지난 달 12일 낮 12시쯤 대구 수성구 모 호텔에 투숙했다.

2. 호텔에서 오후 10시쯤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2차례 연락했다.

3. A씨가 오지 않자 13일 오전 10시쯤 다시 휴대전화로 3차례 전화했다.

4. 13일 11시쯤에 A씨가 호텔에 도착했다.

5. 둘은 30여 분 동안 성관계를 했고 11시 50분쯤 A씨가 호텔을 빠져나갔다.

6. 심 의원은 10여 분 뒤에 체크아웃 했다.


A씨는 신고 당시 1차 조사에서 “심 의원이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27일 2차 조사와 31일 3차 조사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여기서 A씨는 “심 의원이 1만 원짜리 30장을 내 가방에 넣고 ‘서울에 약속이 있어 가야 한다’고 말한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어 화가 나서 신고했다”고 했다. A씨는 또 “강제성이 있는 가운데 성관계를 했지만 좋아하는 감정도 있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2001)에 따르면 ‘직함’이라는 것은 획득하기 가장 어렵지만, 사칭하기에는 가장 쉬운 ‘권위의 상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심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국민들의 선택으로 어렵게 획득했지만 ‘성’폭력을 행사하는데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옷이나 그에 준하는 표시를 통해 나타낸다. 군인은 군복으로, 경찰은 제복으로, 의사는 하얀 가운으로 그리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낸다.

1974년 응용사회심리학회지에 사회심리학자 레오나르드 비크만(Leonard Bickman)은 ‘복장의 사회적 힘(The Social Power of a Uniform)’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의 실험에서 일반 시민복장을 한 사람(civilian), 우유배달원 복장을 한 사람(milkman), 경비요원 복장을 한 사람(guard), 이렇게 세 명의 실험자들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종이봉투를 주우시오”, “모르는 사람에게 동전을 빌려주시오”, “버스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시오”라고 지시를 했다. 이 결과 우유배달원 복장과 일반 시민복장의 지시보다 경비요원 복장을 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순응했다.

의사는 의사가 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간호사는 간호사가 되면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정치인으로서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에서 하는 선서가 있다. 그 선서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는 하고, 호텔에서 음밀히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찌 봐야할까. 국민들이 뽑아준 성스러운 국회의원의 직함을 상스러운 ‘욕설’과 ‘성추문, 성희롱, 성폭행’과 같은 의미 없는 장식품으로 치부해버리는 이들에게 국민의 ‘권위’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심 의원은 탈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의 뜻은 ‘국회의원 옷은 벗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비양심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회의원의 직함과 배지에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권력에 중독돼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현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금은 헛된 꿈이겠지만, ‘국민의 옷’이 권력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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