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학생 공판 이틀째 증언 “친구가 바다에 잠긴 모습이 떠올라서…”

기사승인 2014-07-29 19:35:55
- + 인쇄
오전 맨 마지막 증언에 나선 A양.


“저희는 수학여행 가다 단순히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서 이렇게 많이 죽은 건데.”라며 “탈출 당시 건너편 친구랑 눈이 마주쳤는데 결국 배에서 나오지 못한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긴 모습이 떠올라서…”라고 말하며 끝내 울먹였다.

세월호 승무원 재판 생존학생 증인신문 이틀째.


학생들은 해경과 승무원 등의 미흡한 사고 대처로 희생자가 늘어났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요청했다.


29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전날에 이어 단원고 생존 여학생 7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4층 B28 선실에 머물던 B양은 “해경은 갑판에 내려오지 않고 외벽에만 있었다”며 “출입구 가까이 있어 배 안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적극적인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반인 승객의 도움을 받아 B23 선실에서 나왔다는 C양은 갑판에 나와 헬기를 탈 때에만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D양은 “갑판에 있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E양은 “해경이 서있던 외벽과 출입문이 떨어져 있어 배 안쪽을 살펴보기 어려웠을 것 같고 헬기 소리 때문에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었을 가능성도 작다”고 말해 앞의 학생들과는 약간 다른 진술을 했다.


생존학생들은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


F양은 “(배가)기울었으니 움직이면 더 위험하다. 가만히 있으라. 계속 그렇게 방송만 나왔어요”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A양은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나갈 수도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어요”라고 주장했다.


일반 승객의 도움으로 헬기로 구조된 A양은 “처음부터 배가 침몰 상황인지 알고 있고, 대피하라고 했다면 많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라는 검찰 측 질문에 “네. 그때가 오빠한테 전화했을 쯤이다. (기억에)8시 50분이 조금 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도 (우리는)계속 앉아있었다. 제가 나온 게 10시 넘어선데 그럼 1시간이 넘었잖아요. 그때 나왔다면 더 많이 살았을 듯해요”라고 대답했다.

한편 생존학생들은 희생된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사고 후 정신적 힘든 적 없어요?”라는 재판부 질문에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위눌리고 자다가 깨요” “친구들 생각날 때 미안해서…”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학생은 “이 사건이 잘 마무리 되도록, 진실 밝혀지도록,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라며 설움이 밀려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전날에 이어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며 오전 증언을 마무리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