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6)] 잘 가르치고 싶다면… 가르치지 말고 반응하라

기사승인 2015-04-21 0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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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6)] 잘 가르치고 싶다면… 가르치지 말고 반응하라

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우리 아이의 능력을 잘 개발하기 위해서는 늘 가르쳐야 할까? 180도 생각을 바꿔보자. 가르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우리 아이를 능력 있는 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아이를 믿어보자.

가끔 엄마가 정작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엄마가 자신의 방식으로만 아이와 소통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엄마는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한다. 먼저 ‘내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 수준에 맞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의 의사소통은 언어 그리고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아이들은 비언어적인 수단을 자주 사용한다. 가령 15개월 되는 아이는 사과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과 먹고 싶어요”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그저 말없이 두 손을 펼쳐 보이거나, 여러 과일 중 사과를 보며 “아, 아” 정도의 소리를 내며 자신의 요구를 표현한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고 행동이나 소리로 표현을 하면 부모는 언어발달이 늦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한다. 부모는 외현적으로 쉽게 구분이 되는 발달인 ‘말하기’를 아주 민감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말로 자신의 의도를 발산하기 위해 행동이나 소리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언어발달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이다.

어린 아이들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비언어적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려 한다. 이를테면 “으으”나 “아바”같은 정확하지 않은 단어로 말을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말문을 떼기 시작하면 바로 아이의 말을 바로 잡아주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아, 아”라고 말하면 “아니, 사~과~, 사~과~주세요 해봐!”라고 고쳐주며 정확한 단어를 훈련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똑바로 말할 수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발달의 성숙에 따라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아아~”는 “아과”가 되고 “사과”가 될 수 있다.

이제 막 영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한 성인에게 갑자기 CNN의 아나운서와 같은 발음으로 이야기하라고 하면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열심히 일상에서 반복하며 많이 실행해 본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18개월 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상담을 받으러 왔다. 아이는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단어도 많지 않았다. 모든 의사소통은 손으로 가리키며 “으”나 “아”로 이뤄지는 편이었다. 잠시 후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고 “으으”라며 신발을 가리키니 엄마는 “응, 신발 신어, 신~발~, 그래 신어”라고 반응해 줬다. 아이는 고개를 젓고 답답하다는 듯 “아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신발을 가리키면서 “으으”라고 외쳤다. 그때 옆에 있던 교사가 눈치를 채고 “엄마 신~어~”라고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신발을 신도록 하자 그제야 아이는 방긋 웃으며 만족해했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의 행동과 의도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던 것은 아닐까. 의사소통은 ‘주고받는’ 과정이다. 내가 주고 상대방으로부터 받으면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며 다시 반응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이가 말이 늦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내는 소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자신이 반응할 만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이에 대꾸할 수 있고, 서로 대꾸가 이어지는 상호작용 속에서 능력을 더욱 더 키워간다.

잠깐만 아이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데 엄마는 그저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늦다고만 생각하고 그 다음은 ‘무엇을 해줄까?’하며 오류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의 수준과 입장에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피기 전에 엄마의 입장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객관적 지식을 아이에게 주려한다면 아이는 엄마의 요구에 따를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기가 죽는다. 또한 답답해하는 엄마에게 상처를 받게 되면서 오히려 말을 아끼게 된다. 언어발달의 시작은 엄마의 방식과 눈높이로 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방식과 눈높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가 우유를 보며 “우~”라고 말하면 엄마도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우~”하면서 아이의 방식대로 소리 내며 아이가 의도했던 우유를 이해하고 반응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대로 의도를 자신 있게 표현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발전한다. 엄마와 아이의 비언어적인 소통이 자리 잡고 난 후에야 아이는 언어적인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때 정확한 단어를 제시하면 된다.

엄마들은 자꾸 조바심을 낸다. 우리 아이는 언제 가르치죠? 언제 똑바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른들은 대개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그 자리에 머무르고 정지해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믿고 조바심을 잠시 내려놓고 지켜보자. 그리고 아이가 하는 것에 반응해 보자. 아이들은 어른이 지켜봐 주는 가운데 스스로 경험하면서 계속해서 자란다.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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