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전단에 스티커붙이고, 가격표 교체에 ‘진땀’… 007작전 방불케 하는 대형마트의 10원 경쟁

기사승인 2015-04-01 22:24:55
- + 인쇄
"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

<김민희 아나운서> 이번 시간은 조규봉 기자님과 함께 하는 코너죠. 우리 생활경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한 시간, 유통 저격수입니다. 기자님, 오늘 유통 저격수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는 무엇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최근 대형마트 매출 및 영업 이익률이 내수침체 탓에 3년 째 내리막입니다. 이렇게 대형 할인마트가 내수 침체와 의무휴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불과 2~3년 사이 영업이익률이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매출도 해마다 줄고 있죠. 업체들은 ‘최저가’로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론 수익성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불안한 표정입니다. 그래서 오늘 유통 저격수에서는 유통업계가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최저가 경쟁에 나선 소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유통 저격수 주제는 대형마트의 최저가 전쟁입니다. 요즘 대형마트를 가면 최저가. 라고 쓰여진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매출 및 영업이익률이 3년 째 내리막이라는 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기자님, 대체 대형마트의 매출은 어느 정도로 줄어든 건가요?

<조규봉 기자> 대형마트 3개사의 자체 실적 분석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조 9900억 원으로 2013년(6조4600억 원)보다 7% 정도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도 3160억 원에서 2240억 원으로 29%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4.9%에서 3.7%로 1.2%포인트나 떨어졌죠. 롯데마트의 연도별 매출은 2011년 6조3530억 원, 2012년 6조4650억 원, 2013년 6조4600억 원, 2014년 5조9900억 원 등으로 2012년 이후 2년 연속 줄어들었습니다. 2011년 3610억 원이던 영업이익 역시 2012년 4월 ‘의무휴업 (한 달 중 이틀)’이 적용된 이후 3년째 내리막이고 또 영업이익률도 2010년 6.2%에서 불과 4년 사이 약 절반인 3.7%로 추락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상황이 정말 좋지 않네요. 그럼 롯데마트 외에 다른 마트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마찬가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 들고 있는 실정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홈플러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잠정치)은 10조1110억 원으로 2013년(8조9300억 원)보다 13% 늘었지만 점포 수 증가 효과를 배제하고 기존점만 비교하면 1.5% 감소했는데요. 업계 1위인 이마트 역시 2012년 이후 신규 점포를 뺀 기존점들의 매출이 2012년 10조900억 원, 2013년 10조800억 원, 2014년 10조800억 원 등으로 3년 동안 줄거나 정체됐고
2011년 8%대(8.5%)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대 (6.1%)에도 겨우 턱걸이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홈플러스나 업계 1위인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군요. 그럼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기자님, 대형마트들은 수익성이 이렇게 크게 나빠진 원인으로 어떤 이유를 들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일단 의무휴업 규제를 꼽았습니다. 2012년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트들이 한 달 중 주말 이틀, 1년 22일 이상 문을 닫으면서 매출이 급감한 반면 인건비나 점포 유지비 등 고정비용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래서 결국 유통업계는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최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군요. 그리고 이른 바 ‘홈플러스발’ 대형마트 최저가 경쟁이 바야흐로 불이 붙은 것이고요. 네. 그럼 그렇게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가 경쟁적으로 신선식품의 판매가를 낮춰 판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인 것 같아요. 기자님,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대비 품질을 비교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업체들의 상술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워낙 촉박한 재조정이라 이미 인쇄된 전단에는 수정 가격을 스티커 형태로 덧붙였고 또 각 지점도 가격표 교체에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일 수 있지만 이러한 대형 유통 업계의 할인경쟁이 실효성을 거둘지 또 얼마나 오래갈지가 궁금해요. 걱정되기도 하고요.

<조규봉 기자> 네. 사실 그 부분이 미지수입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기후, 산지 동향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고 물량도 한정적이어서 일정한 가격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죠. 특히 배추만 해도 특, 상, 중 등으로 품질이 달라 업체 간 가격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그럴 수밖에 없겠어요. 그리고 궁금한 부분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상대 회사의 가격을 서로 알고 낮춰 판매할 수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각각 100명 이상씩의 직원들을 상대편 매장에 배치하며 실시간으로 가격을 체크하기도 한다는 데요. 구도연 홈플러스 과장은 안태환 신선식품본부장을 중심으로 품목별 상품팀장들이 모여 매일 새벽 가격 전략을 논의했다며 최저가를 선포한 첫 주부터 가격에서 밀리면 소비자들이 별 것 아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어 사력을 다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상대편 매장에 직원들을 배치해서 실시간으로 가격을 체크 한다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조규봉 기자> 일명 10원 전쟁이라 불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이마트 과일바이어는 서울 성수동 본사 대신 이마트 가양점으로 출근해서 출근 직후 사무실에서 주요 일간지에 나온 신문 광고부터 살핍니다. 홈플러스의 오렌지(특대형 기준)가 당초 알려진 750원보다 50원 싼 700원으로 인쇄돼 있다면 그 사실을 확인 직후 그는 홈플러스 강서점으로 향하는 것이죠. 과일 매대를 둘러보며 과일의 신선도와 가격,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오렌지 특대 가격을 30원 낮춰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이마트는 오렌지의 가격을 720원에서 690원으로 바꾸는 것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와, 대단하네요. 정말 007작전 같은 방법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군요. 그럼 롯데마트는 이러한 이마트와 홈플러스 간의 가격 전쟁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일단 한 발 떨어져 방관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최원석 롯데마트 과장은 가격경쟁으로 매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저가 경쟁에만 초점을 맞추면 반드시 품질에서 문제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자체적인 페이스에 맞춰 꾸준한 할인 이벤트를 내놓아 호주산 쇠고기, 칠레산 연어 등에서 부분적인 행사를 했고 최근 가격이 폭등한 국산 주꾸미를 10t 확보해 시세보다 30% 싸게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대형마트들의 최저가 전쟁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가장 궁금한 부분이 바로 이 대형마트들의 최저가 전쟁이 소비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기자님, 어떤가요? 실제로 매출이 늘었나요?

<조규봉 기자> 네. 치열한 최저가 경쟁에 경기 불황에 굳게 닫혀있던 소비자 들의 지갑도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홈플러스에 따르면 '500가지 신선식품 10∼30% 연중 상시 할인'에 들어간 이후 8일 동안 신선식품(농수축산물) 매출은 2주전 8일보다 58.9%나 늘었다고 하는데요. 두 비교 기간에는 모두 일요일 의무 휴업이 없었습니다. 부문별 매출 증가율은 축산 84.3%, 과일 84.2%, 수산물 52.4%, 채소 29.1% 등입니다. 세부품목별로는 갈치와 한우 매출이 2주전의 각각 13배 (1,217.5%↑), 7배(599.2%)에 이르렀고 꽃게(778.7%) 사과(242.6%), 파프리카(234.3%), 오렌지(194.8%), 삼겹살(119.9%), 포도(109.1%) 등도 2배 이상 많이 팔렸다고 하네요. 같은 기간 이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은 2주전, 작년 같은 기간 보다 각각 7.3%, 6.4% 불었습니다.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매출 역시 2주전보다 11.5%, 1년 전보다 6% 증가했습니다. 2주 전과 비교해 축산(30.2%), 수산(17.3%), 과일(15%) 등을 장바구니에 담는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렇군요. 오늘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대형마트의 최저가 전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 봤는데요.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펼친 최저가 할인경쟁에 소비도 반짝 상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죠. 앞으로 소비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또 마트 측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한데요. 기자님, 다음번에 관련 소식 나오면 또 전해주세요.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유통저격수 였습니다. ckb@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