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그릭요거트 이영돈 아냐? 광고 찍어도 되?” 롯데푸드 영업사원들의 우려가 현실로!

기사승인 2015-03-26 17:24:55
- + 인쇄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일명 손석희 사단으로 불리는 방송 ‘JTBC’의 신뢰성이 깡그리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신뢰성을 먹고 사는 언론인이 대기업 유제품 광고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영돈 PD아시죠? 먹거리 X파일로 유명세를 탄 언론인인데요. 아시다시피 손석희 보도부분 사장이 이끄는 ‘JTBC’는 진도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보도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그 덕분에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확보한 곳입니다. 세월호 보도 당시 시청자들은 손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일 정도였는데요.

날카롭기로 소문난 우리 시청자들이 왜 그랬을까요? 바로 신뢰성 때문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이 뉴스를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숭고하게 간직해야 하는 것은 정확성과 객관성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신뢰성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아 그거 어제 신문에 났어” 혹은 “엊그제 방송에서 나왔던 얘기야.” 이 말은 즉 신문이나 방송에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얘기라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언론이 신뢰성을 잃는다면 그것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습니다. 시청자가 보고 믿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이영돈PD의 논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PD는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성향의 언론인입니다. 그래서 이PD는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요. 덕분에 스타 PD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요. 공중파에서 종편으로 이직할 당시 아는 언론인들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PD가 지향하는 탐사보도는 종편으로 이직을 한 후에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물론 방송이니 약간 오버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유의 PD스러운 어투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지요. 이 PD가 방송에 주로 다룬 얘기는 미원이 안 들어간 클린 맛집과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래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소재를 주요 방송 아이템으로 정해 탐사보도를 합니다. 탐사보도답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방송을 하지요. 제가 기억하는 방송 중에 재밌었던 것은 유명 점집, 역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방송을 보면서도 “역시 가려운 부분을 잘 긁었다” 그런데 탐사보도치곤 약간 엉성한 면도 많음을 느꼈지요. 무당이나 역술가 등을 상대로 하는 취재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서울 양평동 롯데 신사옥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점심 약속 때문에 엘리버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동승한 롯데푸드 영업사원들이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의 광고를 보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말을 하더군요. 그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봉기자의 호시탐탐] “그릭요거트 이영돈 아냐? 광고 찍어도 되?” 롯데푸드 영업사원들의 우려가 현실로!

이영돈 피디가 출연한 문제의 롯데푸드 파스퇴르 유제품 광고


“그릭요거트 논란 이영돈아냐? 근데 그 그릭요거트 어디거야? 일동후디스라고 하든데, 그걸 뭐 대충 먹어보고 그릭요거트가 아니라고 했다가 한방에 사과했잖아.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 보니까 사과문 기사 올라왔더라고. 아 그런데 저 사람 언론인이 저렇게 방송 광고를 찍어서야 되는 거야?ㅎㅎ”

10초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팩트 있게 할말 다하는 젊은 두 영업사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살짝 제 눈치를 보기도 했지요. 누가 들을까 꺼려졌던 게 아니라 같이 공감해달라는 눈빛으로요.

그리고 “아니 언론인이라고 식품광고 찍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의문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신뢰성을 먹고 사는 언론, 그것도 손석희 사장의 JTBC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요. 시청자들이 배신감에 분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의 비리를 줄곧 파헤쳐왔던 이PD가 정작 먹거리를 홍보하는 광고를 찍는다? 그것도 방송을 그대로 본 따 “직접 마셔보겠습니다”를 외치며 실제 방송처럼 광고하는 것을 보고 웃기기도 했지만 염려스러웠습니다. 언론이 가장 잃지 말아야 할 신뢰성에 치명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말이지요.

이 소재를 기사로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을 했지요. 분명 팩트가 확실하고 신뢰성에 찬물을 끼얹은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저 마녀사냥 정도로 생각돼서 쉽게 자판을 두드릴 수 없었습니다.

롯데푸드에는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롯데 계열사 중에서 ‘짠돌이’ 중에 짠돌이로 통하는 곳인데요. “어떻게 이런 무리수를 들 수 있을까? 열심히 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나 결국 돈만 날리는 셈이 되겠구나”라고 말이죠.

결국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오늘(26일) 제가 아니어도 이PD에 대해선 마녀사냥식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롯데푸드는 방송광고 중단을 고려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JTBC 또한 이PD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짠돌이 롯데푸드는 괜한 잔머리 쓰다 손실을 보게 됐고, JTBC는 세월호 당시 확보한 시청률을 좀먹는 불편한 상태가 됐습니다. 이PD는 사과했습니다. 사과로는 후폭풍이 거세 보입니다. 당분간 이PD를 브라운관에서는 못 볼 듯 합니다. ckb@kmib.co.kr

레이싱 모델 차정아, 검은 비키니 사이로 보이는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쿠키영상 바로가기>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