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더 잘 나타나는 안질환은?

기사승인 2014-12-23 09: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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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진행 과정

[쿡기자의 건강톡톡]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더 잘 나타나는 안질환은?

동서양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구촌 시대지만 동양과 서양은 아직도 차이가 많습니다. 외모는 물론이고 예의범절, 식습관, 문화, 가치관 등에도 차이가 있죠. 하물며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인지할 때에도 동양인은 상대방 눈을 중심으로 보는 반면 서양인들은 얼굴 전체로 이를 판단하는 등 감정인식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서양의 차이는 비단 이러한 것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도 동양과 서양은 신체적 특징의 차이만큼이나 그에 따라 쉽게 발병하는 질환도 다릅니다. 그 중에서도 눈은 같은 질환일지라도 원인이 다른 부위로도 유명한데, 여기에서는 동양인의 관점에서 더욱 자주 발병하는 안질환과 그 예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송일국씨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되었던 녹내장은 시야의 주변부부터 점차 시력을 상실해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질환입니다.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손상 원인으로는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과 시신경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이 이에 눌려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높은 안압으로 인한 녹내장 환자가 많은 서양과 달리 동양인들의 경우에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인 환자가 많은 편입니다. 실제 한국녹내장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한국인 녹내장 환자 중 약 77%가 안압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무연 GS안과 대표원장은 “동양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 문제가 아닌 시신경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거나 시신경이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로 보고 있다”며 “특히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환자. 마찬가지로 동양인들에게 더욱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실제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에는 안구가 점차 앞뒤로 길게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이 과정에서 안구 끝부분의 시신경을 압박해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시신경으로 이어지는 미세혈관에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 영양 부족으로 인한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은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고 또한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1년에 한번씩은 안저촬영과 시야검사 등 정기검진을 꼭 받고,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은 그 치료가 더욱 힘들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경과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망막과 공막 사이에 있는 맥락막의 혈관 끝이 전구 모양으로 변하면서 물이나 피가 새는 질환입니다.

출혈 자체에서 오는 이상보다 이때 일어난 출혈이 황반부로 흘러들면서 황반변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며, 반변성 중에서도 출혈이나 부종, 망막하액 등 병적 소견이 없는 건성황반변성과 달리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혈액과 삼출물 등이 황반을 적시면서 시세포를 손상시키고 출혈 후 황반 주변에 딱지처럼 앉아 시력저하와 실명으로 이어지는 습성황반변성을 일으킵니다.

한국인 황반변성 환자의 30% 가량이 결절맥락막혈관병증으로 인한 습성황반변성인데, 결절맥락막혈관병증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기 때문에 바둑판이나 한옥창틀 같은 격자무늬가 중심부부터 휘어져 보이다가 흑점이 발생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위가 생기는 황반변성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습성황반변성은 한쪽 눈에서 발병하면 30~40% 가량이 5년 내에 반대쪽에도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은 실명하게 됩니다.

결절맥락막혈관병증에 기인한 습성황반변성은 광역학 치료라는 방법으로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비쥬다인이라는 빛에 반응하는 특수 물질을 정맥에 주사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비쥬다인이 황반부 신생혈관과 출혈 부위를 염색시키면 레이저를 조사해 이를 활성화 시켜 신생혈관 조직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광역학 치료는 습성황반변성 초기치료 효과가 매우 좋으며 1년에 4회 정도 반복치료를 받음으로써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시키는 VEGF(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라는 물질을 눈동자 안에 직접 주사하는 항체주사 치료법도 보편화 되고 있지만 효과 유지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권형구 GS안과 원장은 “건성황반변성의 경우에는 현재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도 시력저하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평생을 노안으로 오인하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결절맥락막혈관병증 등 출혈로 인한 습성황반변성은 제때 치료 받지 않으면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실명할 수도 있다”며 “정기 검진도 중요하지만 물론 루테인이 많은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흡연, 음주 등 일상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