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영화 결산 ⑤] ‘남자 밭’이었던 극장가… 여배우들 설 곳 없다

기사승인 2014-12-20 17: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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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영화 결산 ⑤] ‘남자 밭’이었던 극장가… 여배우들 설 곳 없다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올해를 빛낸 영화배우’ 순위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한 달여간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다.

‘명량’의 영웅 최민식이 42.3%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제35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변호인’의 송강호(22.2%)가 2위에 올랐다. 3위는 ‘7번방의 선물’(2013)에 이어 ‘명량’으로 2년 연속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 류승룡(10.5%), 4위는 감독 겸 주연을 맡은 ‘허삼관’ 개봉을 앞둔 하정우(9%)였다.

‘협녀: 칼의 기억’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이병헌(4.5%)은 동영상 협박을 둘러싼 추문에도 불구하고 5위를 기록했다. 군 제대 후 ‘군도: 민란의 시대’로 복귀한 강동원(4.2%)이 6위. 설경구(3.7%), 정우성(3.6%), 현빈(3.3%), 김수현(3.2%)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쟁쟁한 남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기사 첫 줄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올해를 빛낸 ‘남자’ 영화배우 순위가 아니다. 전체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데 10위 안에 여배우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2014년 극장가는 그야말로 남자배우들이 장악했다. 개봉한 영화들 자체가 남자배우 위주의 작품들이 많았다. ‘1760만’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부터 그랬다. 최민식을 중심으로 류승룡, 조진웅 등이 포진했다. 이정현이 홍일점이었다. ‘변호인’에서는 송강호와 임시완 연기가 주목을 받았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하정우와 강동원이 투톱으로 나섰다. ‘타짜-신의 손’에서는 주연을 맡은 최승현을 곽도원·유해진 등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 받혀줬다. 현빈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역린’에는 조재현·정재형·박성웅·조정석 등 배우들이 함께했다.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조진웅이, ‘표적’은 류승룡·유준상·이진욱이 이끌었다.

위에 소개한 작품과 출연배우들 중 겹치는 이들이 몇 보인다. 조정석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 정재영은 ‘플랜맨’, 조진웅은 ‘우리는 형제입니다’에도 출연했다. 정우성은 ‘신의 한수’ ‘마담 뺑덕’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고, 지난 1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내놓은 황정민은 12월 ‘국제시장’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이외에도 남자 주연의 역할이 두드러진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용의자’ 공유, ‘제보자’ 박해일, ‘피끓는 청춘’ 이종석, ‘해무’ 김윤석·박유천, ‘인간중독’ 송승헌, ‘찌라시: 위험한 소문’ 김강우, ‘슬로우 비디오’ 차태현, ‘우는 남자’ 장동건, ‘패션왕’ 주원, ‘빅매치’ 이정재·신하균, ‘나의 독재자’ 설경구·박해일 등이 그랬다.

연말 박스오피스 대결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 역시 남자배우들이 중심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함께 개봉하는 ‘상의원’과 ‘기술자들’이다. ‘상의원’에 한석규·고수·유연석이 있다면, ‘기술자들’에는 김우빈·이현우·고창석이 있다. 앞서 언급한 황정민의 ‘국제시장’과 삼파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특히 여배우들 활약이 미미했다. 만족할만한 성적으로 거둔 이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정도다. 흥행 여부를 떠나 여배우 위주의 영화 자체가 많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전도연) ‘우아한 거짓말’(김희애·고아성·김유정) ‘카트’(염정아·문정희·천우희) ‘조선미녀삼총사’(하지원·강예원·손가인) 등이 눈에 띨 뿐이다.

여배우들 스스로도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손예진·김혜수·김민희 등이 “여배우들이 할 만한 시나리오가 없다” “충무로는 대부분 남자영화 위주고 남자대본이 많다”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서 폭이 좁다”고 토로했다. 문소리는 “투정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여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2015년엔 지금과는 다른 상황을 예상해도 괜찮을까. 다양한 장르와 내용의 영화에서 더 많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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