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경북대병원에서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4-12-19 14:13:55
- + 인쇄
“여러분들의 부모님 모시고 투쟁현장 및 병동환자들 고충 보여드리려 움직일까 합니다. 투쟁해야 한다는 정당논리 세우시니 여러분 부모님께서 투쟁과 병동환자들 모시고 다니면서 비교해보시라고 할 계획입니다.”

노사협상 결렬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 23일째를 맞고 있는 경북대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경북대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부모님 들먹이며 회유와 협박까지?

1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이하 경북대병원 노조)가 보도자료와 함께 기자에게 보내온 사진에는 위 내용을 포함한 다수의 문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노조 측은 경북대병원이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기 위해 반인권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노조 측은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출신학교에 압력을 행사해 이러한 회유와 협박성 문자를 보내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업 참가자가 졸업한 학교의 재학생들은 경북대병원에서 실습을 해야하는 ‘을’의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경북대병원이 노조원들의 출신학교에 일종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인데요.

실제 문자 내용에는 경북대병원에서 실시하는 재학생 실습이 당초 계획과 달리 변경된다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자는 해당 학교 출신의 모 팀장이 보낸 것인데요, “다음 학기부터 후배들을 우리 병원에 아동간호학 실습 보내려고 했었나봐요. 그런데 아동간호학 실습병동이 아닌 성인과 간호관리학 시습병동에 배치가 된다고 학교에 통보가 되면서, 얼마전 모 교수님이 쌤(선생님)한테 계속 전화하고 문자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고 하구요”라는 내용입니다.

또한 공개된 문자 내용에는 인격을 모독하는 듯한 표현도 있습니다. “노조 뒷잡이 노릇에 이용당하는 망신만 주느냐”, “얼만큼 후배들의 인생에 원망할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문대학출신들 무식하다, 돌머리다, 00출신들 등신이다는 소리부터 없애도록’ 등입니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대구지역 대학교의 간호학과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파업중인 조합원들에 회유와 협박성으로 보내진 것이라며, 해당 학교의 이름도 공개했습니다. 해당 학교들은 영남외국어대학교, 대구과학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영진전문대학교 등입니다.

◇의료법도 위반한 경북대병원?

이것만이 아닙니다. 경북대병원은 전공의들의 불법파견과 유령의사 진료라는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경북대병원 노조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경북대병원이 부족한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의료인력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경북대병원은 대구시 삼덕동 본원이 950병상, 칠곡 경북대병원(제2병원)이 600병상 규모입니다. 하지만 의료인력 중 본원이 570명, 칠곡 경북대병원이 111명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의하면 경북대병원 본원은 전공의가 355명(레지던트 279명, 인턴 76명)인 반면 제2병원은 전공의가 44명(레지던트 24명, 인턴 20명)에 불과해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경북대병원 2013년 결산서’에서 발췌한 자료에 따르면 칠곡 제2병원은 전임의사 정원이 64명이지만 실제 19명밖에 없다는 것이죠. 노조는 “병원 측이 칠곡 제2병원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본원 전공의들의 불법, 편법 파견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합니다.

진료를 본 의사와 진료기록부 상의 의사가 다른 경우도 있어 명백하게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실제 칠곡 제2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실제 진료한 의사를 찾을 수 업어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경북대병원 측은 파업 중인 7명의 조합원들을 이달 3일 ‘무단점거 및 침입’, ‘폭력’,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성명서를 내며 직접 문제 해결에 병원 측이 성실히 나서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이 팽행하게 맞서는 지점은 정부의 지침인 ‘방만경영 개선’에 있습니다.

지난 18일 조병채 경북대병원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만경영 개선 지침과 관련해 노조와 충분히 상의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노조를 방만경영 개선에 관한 논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방만경영 개선 시행을 조금 미루더라도 노조와 협의를 이끌어내고,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 노조 측은 “병원 측이 정부지침을 핑계로 단체협약 개악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노조는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도 정부의 지침인 ‘방만경영 개선’ 조건 없이 임금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병원 측은 ‘다른 병원과는 별개’라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노조 측은 칠곡 제2병원도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또 다시 빚을 내서 제3병원을 세우겠다는 계획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병원의 장기 파업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립대학인 경북대병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성격이 강합니다. 노사 양측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적극 나서기를 환자와 보호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