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송병기 기자] 공공의료와 영리자회사의 ‘모순(矛盾)’

기사승인 2014-08-01 15: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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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 송병기 기자] 공공의료와 영리자회사의 ‘모순(矛盾)’

공공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근 정부가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과 영리목적의 부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은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는 반대 의견과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국내 의료산업을 발전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는 정부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영리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측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돼 영리 추구가 어려웠던 의료법인 병원도 자(子)법인 설립이 허용돼 각종 수익사업에 뛰어든다면 의료기관들이 환자진료보다는 이윤창출을 위한 수익사업에만 집중해 영리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그만큼 환자의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서울대병원 등 국가 의료기관들 조차 영리목적의 자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국가 의료기관들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서울대병원이 지난 2011년 SK텔레콤이 공동 설립한 영리목적 자회사 ‘헬스커넥트’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타당성을 검토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했다. 특히 현재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헬스커넥트 이사회를 통해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서울대병원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국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의 이윤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서울대병원 측이 헬스커넥트에 대해 경영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헬스커넥트가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세부사항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번 [K-이슈추적]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설립시 현물 출자한 전자의무기록 저작권 사용권과 병원 브랜드사용권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헬스커넥트 설립을 취소해야 한다는 측은 결국 환자 진료정보를 팔아 영리회사를 운영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헬스커넥트 측은 영리활동을 통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국가 의료기관으로서 다양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영리자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목소리에 더 설득력이 있다. 이는 국가 의료기관의 영리추구가 결국 의료의 질 하락, 의료비 상승,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가 공공재인가? 가치재인가?”라는 근본 논의를 떠나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은 재벌기업인 SK텔레콤과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를 설립 운영하면서,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괜찮다라고만 주장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이라는 재벌기업이 서울대병원을 내세워 결국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 분야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 헬스커넥트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하여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병원의 미션이다. “의료기관의 수익성 향상은 민간의료기관에서도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헬스커넥트와 같은 합작법인을 통해 별도의 재원투자 없이 궁극적으로 공익성(공공의료 제공)을 향상시키는 균형추의 역할 기대한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설립시 정당성 검토를 위해 제출한 내용의 일부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국가 책임 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을 위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