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착각 속의 1년’ 오리온

기사승인 2014-04-24 09: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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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착각 속의 1년’ 오리온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해 구속 기소됐을 당시 아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증인 자격으로 출석, “남편이 회사 경영에 소외된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상황에서 남편이 구속된 두 달여는 마치 ‘전시 상황’과 같다”며 눈물의 선처를 한다. 이후 담 회장은 윤리경영을 다짐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1년이 지났다.

윤리경영을 약속했지만 담 회장은 안팎으로 이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초코파이값을 너무 올려 질타를 받는다. ‘초코파이4000’(박스)의 내수 제품 가격(출고가 기준)은 지난 1월 2만4320원에서 2만9184원으로 20% 인상했다. 초코파이4000 가격은 2012년 9월 이전까지 1만9456원이었으나 현재 2만4320원으로 이미 25% 오른 상태다. 2012년 9월 이후 1년여 만에 무려 50% 인상된 셈이다. 오리온은 원재료값 상승 때문이라고 했지만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초코파이의 원재료값 인상 수준은 4.9%에 그쳤다. 알고 보니 원재료 인상 대비 초코파이값은 64배나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담 회장 부부가 회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해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였다지만 등기이사 연봉 공개 법안이 시행될 무렵이어서 비난을 샀다. 담 회장은 또 본인이 53.33%(18만4000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장재 회사 아이팩으로부터 150억88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기존에 축척된 이익 잉여금 한도 내 배당을 했지만 당기순이익이 25억원을 밑도는 회사가 최대주주에게 150억원이 넘는 배당을 해 상식 무시한 배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불과 이틀 전 일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은 오리온이지만 앞서 담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잃었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길거리로 나 앉을 상황에 처했다. 오는 7월 2일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다. 스토츠토토 노조는 성명을 통해 “청춘을 바친 일터가 담 회장의 비리 때문에 날아갔다”며 책임론을 묻고 나섰다. 오리온에 명예퇴직 등을 받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나 거절당했다. 노조는 “오리온이 직원 고용, 현금 보상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 회장 부부가 지난해 수령한 연봉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연봉에는 스포츠토토 임직원들의 구슬땀도 포함돼 있다. 초코파이 몇 개 기부했다고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착각은 착각 중에서도 착각이다./ ckb@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