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바 국교정상화 선언…‘고문·인권침해의 상징’ 관타나모 기지는?

기사승인 2014-12-19 07: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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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바 국교정상화 선언…‘고문·인권침해의 상징’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이 53년 만에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운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관타나모 기지는 19세기 초 미국의 개입으로 스페인이 쿠바를 독립국으로 승인한 후 쿠바의 지배권을 확보한 미국이 쿠바 남동쪽 관타나모만에 건설했다. 1959년 집권한 카스트로 정권의 반환 요구를 미국은 거부하고 있다.

구체적 증거 없이 재판 등의 적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구금을 자행하고 있으며, 고문과 인권침해 행위 등을 들어 유엔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유럽연합(EU) 산하기구인 유럽의회 등은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약 70여명의 테러용의자를 포함, 2014년 현재 약 150여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교 정상화 선언에도 이 기지와 관련해 이렇다 할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군사 전문가나 언론들은 해군기지가 쿠바에 반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쿠바) 지역에 대한 현재의 모든 작전 활동과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전날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계획을 공식 발표할 때 관타나모 기지나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 기지의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을 뿐, 국방부를 비롯한 다른 미국 정부 부처에서 관타나모 기지와 관련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는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쿠바와의 협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분명하므로 관타나모 기지 문제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미국이 기지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리브해와 멕시코만 일대의 중간 지점으로 미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하는 데 필요한 주요 거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라울 카스트로 쿠바 최고지도자와 도청기지 재가동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점을 들며 미국도 관타나모 기지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타나모 기지 내 수감시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감시설 폐쇄를 공언하고 있지만, 결국 수감자를 어디로 보내야 하느냐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7일 수감자 6명이 우루과이로 이송됐을 때처럼 중남미 국가로 수감자들이 더 옮겨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수감시설 폐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