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뭔지 모르겠지만 봐야 할 것 같아”… ‘액트 오브 킬링’ 이색 포스터 눈길

기사승인 2014-10-23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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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뭔지 모르겠지만 봐야 할 것 같아”… ‘액트 오브 킬링’ 이색 포스터 눈길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는 인터넷에서 빠질 수 없는 놀이거리입니다. 정치 풍자 및 각종 패러디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촌스럽거나 허접하면 조롱거리가 되죠. 반대로 “참신하고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면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영화 ‘군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였죠.

22일 인터넷에선 글자가 잔뜩 적힌 포스터가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을 소개하는 포스터입니다. 국내의 한 수입·배급사에서 홍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공식 포스터는 따로 있더군요.

‘비공식 포스터’ 상단엔 70여개의 수상 내역이 나열됐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 ‘베를린국제영화제 애큐메니컬심사위원상’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 다큐멘터리 영화 1위’ ‘유럽영화상 최우수다큐멘터리상’ 등 빽빽하게 적혔습니다.

포스터 하단엔 영화 제목과 함께 ‘전 세계 70개 이상의 영화상을 휩쓴 영화사에 남을 절대적 마스터피스’ ‘이것이 영화의 존재 이유다! 오리지널 대개봉’이라는 설명이 달렸습니다. 물고기 모양의 배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는 그림 외엔 어떤 설명도 없어 누가 출연하는 무슨 영화인지 알기 힘드네요. 배급사 측에서 인터넷 마케팅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포스터를 본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어떤 네티즌들은 ‘황당하다’고 비난했고, 다른 쪽에선 ‘참신하다’고 호평했습니다.

전자의 네티즌들은 “정말 답이 없는 포스터” “합성 아니고 진짜 맞나요?” “마치 쿠폰 북에 찍은 도장 같다” “할말을 잃었다” “디자이너가 일하기 싫었나보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한 건 알겠지만 포스터를 글자로 도배한 건 심했다”고 말하네요.

반대로 “콘셉트가 참신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최악의 포스터처럼 보이게 만든 역발상이 먹혔네”라거나 “뭔지 모르겠지만 꼭 봐야할 것만 같다” “스펙 따지는 우리나라에 잘 먹히겠어” 등의 댓글을 달았죠. “호평이든 악평이든 입소문을 타게 만들었으니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 포스터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액트 오브 킬링은 어떤 영화이기에 저리도 많은 상을 받은 걸까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비밀리에 벌어진 100만명 규모의 대학살 사건을 가해자들이 직접 재연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2014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국내에는 다음달 개봉 예정입니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습니다. 그는 “액트 오브 킬링은 인류와 인간애에 관한 이야기”라며 “역사는 사실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 틀렸는지 말해주는 지침서다.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죠.

한국 역시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 수많은 양민학살이 자행된 슬픈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26년’ ‘지슬’ ‘청야’ 등 아픈 과거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청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며,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억돼야 한다’ 네티즌들의 관심이 포스터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