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착용하고 미인대회 우승… 진정한 아름다움 보여준 美 여성

기사승인 2014-07-21 19:58:55
- + 인쇄

미인대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의 우열을 가린다는 점이 매번 논란거리죠. 그런데 이 여성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미스 아이다호’로 뽑힌 시에라 샌디슨(20)이 주인공입니다.

샌디슨은 2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았습니다. 체내에 인슐린을 규칙적으로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를 항상 몸에 착용해야 하죠. 인슐린 펌프는 검정색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투박한 기기입니다. 주머니가 없는 옷에는 착용하기 힘들고, 미인대회에서 입어야하는 화려한 드레스나 수영복에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샌디슨은 이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미인대회 무대에 섰습니다. 드레스는 물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을 때도 말이죠. 그녀가 수영복 하의에 인슐린 펌프를 꽂고 무대를 걷는 모습은 너무나 당당합니다. 의료기기를 액세서리로 보이게 하는 환한 미소는 감탄을 자아냈죠. 결국 샌디슨은 19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아이다호주 최고 미녀로 선정됐습니다.


사실 인슐린 펌프는 당뇨병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 인슐린 주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샌디슨도 대회를 준비할 때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기기를 쳐다보는 것도, 왜 자신이 평생 기기를 몸에 지녀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도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마음을 바꾼 건 1999년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니콜 존슨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게 숨기긴 했지만, 존슨도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대회에 나갔던 사람이었거든요. 샌디슨은 당뇨병이나 인슐린 펌프의 존재가 존슨의 미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이 존슨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고 느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샌디슨은 무대에 섰던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펌프를 차고 무대를 걸었을 때 사실은 정말 두려웠다고요. 샌디슨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글 말미에는 ‘당신의 펌프를 보여주세요’라는 의미의 ‘#Show me your pump’라는 해시태그도 달았습니다. 자신도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SNS에 올릴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면서요.

사람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습니다. 인슐린 펌프를 자랑하듯 내보이는 사진을 일종의 캠페인처럼 SNS에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중엔 폭스채널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남자 앵커도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인공 췌장을 갖고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라는 재치 있는 글을 남겼습니다. 당뇨병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의 감사 인사도 줄을 이었습니다. 샌디슨의 SNS에는 21일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착용하고 미인대회 우승… 진정한 아름다움 보여준 美 여성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해지지도 않았고 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내 병이 나의 아름다움을 막진 못한다”는 샌디슨의 생각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