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 일본이 동맹국? "왜 놈 똥이나 먹어라!""

기사승인 2013-10-14 1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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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왜놈 똥이나 먹어라!”

1893년 혼마 규스케(1869~1919)라는 자칭 조선전문가가 부산에 머물면서 조선을 정탐했습니다. 그는 정탐한 내용을 이듬해 4월 ‘이륙신보(二六新報)’라는 일본 신문에 연재를 했습니다.

혼마가 조선전문가라고 위장했으나 조선침략을 위해 정세보고를 하는 침투 간첩이었던 셈입니다.

혼마는 부산 일본인 거류지에 살면서 조선인들로부터 “똥이나 먹어라”라는 욕을 듣곤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조계에 사는 일본인 대개가 조선인으로부터 그런 욕을 먹었지요.

1876년 조선과 일본 간의 강화도조약으로 부산(1876), 원산(1879), 인천(1880)이 차례로 개항했는데 가장 빨랐던 부산은 이미 일본 식민지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부산의 조선백성은 ‘왜놈’에 대해 두 눈 부릅뜨고 욕을 해 댄 거죠.

부산 일본인의 부녀자 강간

조선 사람들이 ‘왜놈’에게 마구잡이 욕을 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 전기 왜와의 교류를 위해 부산포, 제포, 염포 등을 개항하면서 두 나라간의 교역이 잦았습니다. 조선 전기만 해도 왜는 조선에 공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조선이 상국이었던 거죠. 왜는 이에 불만을 품고 삼포왜란(1510)을 일으켰다가 개항장 폐쇄의 철퇴를 맞지요.

이 무렵 부산의 왜인이 조선인 부녀자를 잡아 강간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조선 여인네는 부산의 일본인 구역 안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강간범 동네니까요. 거기 출입하는 부녀자에겐 “왜 놈 똥이나 먹어라!”고 했고, 거류지를 벗어난 일본인들에겐 “똥이나 먹어라!”하며 돌까지 던졌지요.

일본인에게 욕하지 말라고?

혼마가 부산 조계지에 살 때 조선 여인들은 여전히 조계 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 폐하’의 대혼식이 있는 날, 조계 안에서도 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용두산에서 10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러자면 식민지 백성이나 다름없는 조선인 남녀를 참석시켜야 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부녀자는 말이죠.

그래서 조선관찰서가 다음과 같은 방을 붙입니다.

‘다음 게시하는 것은 일본 조계 안에 우리나라의 여인이 관광할 때 무단 욕설하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 절대로 서로 나쁜 말을 하지 말라’ 당의자.

‘일본놈’들에게 가는 조선 여인에 대해 백성이 욕하지 말란 얘기인거죠.

그리고 다음날 또 하나의 방이 붙습니다.

‘다음 게시하는 것은 일본인이 출입하는 길에 우리나라의 남녀노소가 무단으로 욕하고, 실제로 의심하여 사납게 되니, 절대로 이와 같이 하지 말라’ 당의자

행사에 참석하는 일본인에 대해 조선 백성이 욕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혼마의 기술에 따르면 조선 백성은 일본인 거류지 밖에서도 욕은 기본이고 흙과 돌도 던졌답니다. 혼마는 ‘(일본인 조선 여행자는) 항상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바라기는 전국 팔도에 영을 내려 여행객에게 행하는 나쁜 짓을 제지하고 선린의 길을 강구해야 한다’하고 적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이란 말은 ‘지금은 억지로 참고 있다’를 뜻하고, ‘선린의 길을 강구’한다는 얘기는 ‘폭력을 앞세운 평화를 조성하겠다’ 말로 들립니다. 실제로 이후 일제강점기가 시작됐으니 그리 된 거고요.

‘잔머리’로 한일간 선린?

오늘날 일본은 참 한국을 모릅니다. 임진왜란이나 일본강점기, 그들은 조선을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한데도 포로가 된 조선인이 욕을 하고, 돌을 던지며 대드니 미칠 일이었겠죠. 강한 자에 무조건 무릎 꿇는 일본 사무라이 정신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의 태도죠.

한국인은 “내가 너에게 지금 비록 비렁뱅이처럼 빌어먹고 있다만 그래도 넌 아니다”라고 하는 강한 자존감을 몰랐던 거죠. ‘넌 아니다’하는 한국인의 의식 속엔 ‘네가 힘으로 우리를 정복했으니…’하는 1차원적인 것만 포함하고 있진 않습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부당하게 행했던 행위의 다음 태도’를 한국인이 눈여겨본다는 걸 일본인은 모른다는 거죠.

그 태도란,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가 묻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그걸 일본은 ‘선린’이라는 요식적 태도로 얼버무리려 하나 겉과 속이 같은 진정한 친구를 원하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 안 되는 거죠. 그들의 선린? 잔머리로 보이는 겁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일본 동맹국 아니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이웃 일본을 동맹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 때문입니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유니온리서치에 의뢰한 ‘국방현안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의 동맹국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2%가 “동맹국이 아니다”고 답변했습니다. 50대는 77.2%, 20대는 61.8%였습니다.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75.7%, 민주당 지지층의 79.6%였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 1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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