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장윤정 母 육흥복씨의 ‘딸의 돈’ 그리고 ‘아들의 돈’

기사승인 2015-11-27 16: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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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장윤정 母 육흥복씨의 ‘딸의 돈’ 그리고 ‘아들의 돈’

"어머니는 끊임없이 딸에게 응답하라고 하지만 딸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바로 장윤정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요즘 장윤정보다 더 자주 언론에 나오는 어머니 육흥복씨와 남동생 때문에 대중들은 지쳤다. 사실관계를 떠나 언론에 나오는 육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슈 인 심리학’ 연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들었다. 그동안 나온 방대한 분량의 관련 언론보도를 읽고, 이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촘촘하게 파악하는 작업에만 며칠 간 몰두한 후 이 글을 썼다는 걸 미리 밝히겠다.

‘장윤정 사건’의 시작은 SBS ‘힐링캠프’였다. 방송 내용은 말만 ‘힐링’이었지 ‘충격’이었다.

자신이 무려 10년 가까이 번 수익을 거의 날렸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는 ‘도경완 아나운서가 가수 장윤정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소문에 대한 반박을 넘어 충격과 궁금증을 양산했다.

물론 힐링캠프 제작진이 사전인터뷰에서 얻은 가족사에 대한 내용이 유출되면서 장윤정 가족의 문제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장윤정은 부모의 이혼 소송을 통해서 10년 가까이 번 수입을 어머니에게 맡겼지만, 이 돈은 어머니와 남동생으로 인해 모두 탕진됐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려졌다.

장윤정과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의 소송에 관계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엿볼 수 있는 대중심리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어머니란 무엇인가’ 그리고 ‘돈이란 무엇인가’

이 두 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대중들의 심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육씨는 계속해서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다가도 ‘사랑한다’고 한다. 이중적인 모습이다. 이런 태도로 인해 대중들은 육씨가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10억 빚을 떠나서 딸 장윤정이 10년간 자신의 노력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결혼을 시작한 ‘안타까움’과 사업실패로 힘들어하는 아들의 ‘안타까움’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2007년에 쓴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이라는 책 6장에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에 대한 실험이 나온다.

2001년도 시카고 대학교의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가 실험 참가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머그잔 컵을 나눠주었다. 코넬 대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컵이었다. 컵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다른 학생에게 최소한의 가격으로 판매할 컵의 가격을 적게 했다. 반대로 컵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 얼마의 가격으로 컵을 살 생각이 있는지 가격을 적게 했다. 결과는 희망판매가의 평균치는 5.25달러였고, 희망구매가 평균치는 2.75달러였다.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이유는 ‘소유 효과’의 심리이다. 컵이 내 손안에 있으면 ‘나의 것’이라는 심리가 작동해 ‘팔기 아깝다’, ‘주기 아깝다’, ‘이거 귀한 건데’라는 심리적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그냥 컵이 아닌 것이다. 그냥 주어진 컵이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마음의 틀과 심리적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딸이 어려서부터 벌어다 준 돈이 육씨에게는 ‘딸의 돈’이 아닌 ‘나의 돈’으로 ‘소유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딸이 벌어오는 돈을 자신의 돈으로 착각한 육씨는 그 상황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익숙함의 심리가 굳어지면 딸에게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심리로 변한다. 반대로 자신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들이 버는 돈은 ‘귀한 돈’, ‘아들의 돈’으로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1978년 미국의 심리학자, 경제학자, 인지과학자 허버트 알렉산더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 교수는 의사결정이론(decision making theory)의 모델을 제시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다.

이 용어는 1957년에 인간행동의 모델(Models of Man)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인간의 합리적인 결정은 자신의 환경과 상황이라는 제한 속에서만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과 가치관은 ‘익숙함’과 ‘친숙함’ 때문에 감각이 둔해지고, 자신의 판단에 대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먼 교수는 체스(chess) 실험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체스의 고수(master)와 체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novice)를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서 실험을 했다. 두 그룹에게 체스경기를 보여준 후에 이들이 본 체스경기의 흐름을 글로 적어보라고 했다. 고수인 A그룹은 거의 완벽하게 적었지만 B그룹은 30%정도 기억해서 적었다.

첫 번째 실험과 달리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체스규칙과 전혀 다른 엉터리 게임을 보여주고 동일하게 그 과정을 적어보게 했다. 결과는 체스 규칙에 익숙했던 A그룹의 고수들은 기억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B그룹의 초보자들 30명 이상이 흐름을 맞췄다. 자신의 삶의 흐름에 너무 익숙해지거나 친숙하게 되면 가치관도 굳어져서 의사결정에 둔감해지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육씨는 딸이 벌어다주는 돈을 받는데 익숙해 졌고, 아들에게는 그 돈을 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 흐름에 빠져버린 것이다. 아들 역시 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런 상황에 자신의 생각이 맞혀져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자신이 처음부터 벌어서 그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나가 벌고 엄마의 수중에 있던 돈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 흐름에 자신이 빠져버린 것이다.

육씨의 마음 속에 ‘딸의 결혼식’에 참여하지 못한 것과 ‘손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 억울해 하는 것이 답답해서 화병이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육씨의 ‘화’가 어디서 시작됐고 누가 그 화를 더 뜨겁게 만들었지 인식해야 한다.

육씨는 지난달 14일 장윤정이 남동생의 직장으로 급여압류통지서를 보낸 것에 이렇게 말했다.

“독한 제 딸이 제 아들놈 급여를 압류하고, 그것도 모자라 회사 대표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겁니다.”

육씨의 눈에는 딸의 아픔은 보이지 않고, 아들의 아픔만 보이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종이에 그린 그림은 지우거나 다시 그릴 수 있지만, 마음에 그린 상처는 가슴 속 한 쪽 벽에 걸려 늘 소리 내며 울부짖을 것이다. 상처를 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이미 그려놓은 상처가 있다면 진심어린 ‘눈물’로 가슴 속을 채워 토해내 버리게 만들어야 한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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