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세대 소환했다”… ‘응팔’이 보여준 OST 저력

기사승인 2015-11-28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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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세대 소환했다”… ‘응팔’이 보여준 OST 저력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돼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가수 이문세가 부른 노래 ‘소녀’의 가사입니다. 요즘은 밴드 혁오 멤버 오혁이 리메이크한 ‘소녀’로 더 유명하겠네요.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극본 이우정)의 OST가 드라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먼저 김창완의 ‘청춘’을 ‘슈퍼스타K6’ 준우승자 김필 버전으로 음원을 출시했습니다. 이 시대의 청춘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관조적인 가사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죠. 김필의 날카롭고도 허스키한 음색이 곡의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듯 하네요.

지난 7일 방송에는 이적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들국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공개됐습니다. 이적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인데요. 극중 아빠 (성동일)가 딸 덕선(혜리)에 대해 부모로서 가지는 고충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와 극의 몰입도를 더 높였습니다.

특히 오혁이 부른 ‘소녀’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습니다. 지난 21일 공개된 후 일주일 째 굳건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중이죠. 노래는 드라마 그 시절 우리의 순수한 감정을 맑게 표현했습니다. 극중 정환(류준열)이 비 오는 날 짝사랑하는 덕선(혜리)의 늦은 귀가 시간이 걱정돼 우산을 쓰고 독서실 앞에서 기다리는 장면에 ‘소녀’가 흘러나왔죠. 주인공들의 설레는 마음을 적절하게 대변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은 지금 6회까지 방송됐고, 공개된 곡은 ‘청춘’ ‘걱정말아요 그대’ ‘소녀’, 총 세 곡입니다. 한 주에 한 곡이 공개되는 셈인데요. 이 세 곡 모두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0위권에 모두 랭크돼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신곡들이 쏟아지는 음원차트에 ‘응답하라 1988’ OST 곡들이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죠.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20년 전의 히트곡들이 현 차트를 점령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OST, 즉 그 당시 음악에 많이 빚을 지고 있다. 소품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이기 하지만 과거를 복기하는 가장 큰 역할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응답하라 1988’은 OST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드라마가 갖는 감성을 더욱 살려주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죠. 1988년도를 겪지 못했던 현 10대·20대는 드라마에 대한 공감이 떨어지더라도 OST를 들으며 교감할 수 있고, 그 시절을 겪었던 40대·50대는 추억을 소환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OST를 통해 세월이 지나도 명곡이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합니다. 27일 7회 방송 직후 가수 박보람이 부른 동물원의 ‘혜화동(혹은 쌍문동)’이 공개됐는데요, ‘응답하라’ OST의 기록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