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학조미료라고?” 식품업체 MSG 무첨가 마케팅에 억울한 ‘HVP’

기사승인 2015-04-25 00: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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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

<김민희 아나운서> 이번 시간은 조규봉 기자님과 함께 만드는 코너죠. 유통 저격수입니다. 반갑습니다. 기자님, 오늘 유통 저격수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는 무엇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주제에 앞서 제가 먼저 질문 하나 드릴게요. 김민희 아나운서께서는 혹시 HVP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김민희 아나운서> HVP요? 제가 알기로는 식품에 들어가는 천연 조미료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조규봉 기자> 네.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이 천연조미료 'HVP'가 해로운 성분일지 모른다는 의혹에 최근 휩싸였습니다. HVP는 100년 이상 세계 음식에 두루 쓰이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인지 또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오늘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유통 저격수 주제는 HVP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먼저 HVP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요. 기자님, HVP란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HVP는 탈지 콩 등 단백질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해 얻는 아미노산액입니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따르면 HVP는 100여 년 전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해 현재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천연조미료로 간장 원료, 국물 소스, 즉석 면, 수프 등 식품에 들어가는데요. 원래 단어는 '식물성 단백질 가수 분해물(Hydrolyzed Vegetable Protein)'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예전에도 한 번 HVP에 대해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9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간장에 함유된 HVP에 해로운 성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소비자 단체 '소비자와 함께'는 지난달 말 포장에 'MSG 무첨가'를 표기하거나 홈페이지 상에서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12개 식품 중 8개에서 HVP 지표인 레불린산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 마케팅이라고 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소비자단체가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몇 개 제품에서 화학조미료인 HVP를 사용하고 있다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이군요. 그 내용만 보면 마치 MSG보다 더 안 좋은 HVP를 쓴 식품 회사들의 마케팅을 질책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HVP가 몸에 해로운 것인가요?

<조규봉 기자> 아니요. 사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HVP는 콩, 옥수수, 소맥 등 식물성 단백질을 가수분해해 만든 아미노산이죠. 아미노산은 인체 구성의 기본단위인 만큼 인체에서 단백질 합성을 위해서는 약 20종류의 아미노산이 필요한데 이 중 여덟 종류의 아미노산은 사람의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하는 것인데요. HVP에는 이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HVP는 식품에도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실제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HVP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요리에 더욱 풍부하고 깊은 맛과 향을 내주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품회사들도 HVP를 사용합니다. 현재 미국,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중국 등 여러 나라가 HVP를 사용하고 있는데 유럽시장에서는 네슬레와 하인즈 등 글로벌 기업들이 HVP를 사용하고, 미국은 HVP가 GRAS(미국 FDA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식품)로 등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HVP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인데요. 3-MCPD는 지방을 구성하는 글리세롤 한 분자와 소금 한 분자가 결합한 매우 단순하고 작은 분자로 빵이나 치즈를 열로 가열할 때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래커, 도넛, 버거 및 육류가공품, 음료류 등에서도 검출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EU 등에서도 전 식품에 대해 3-MCPD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되고 있다면 오히려 더욱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군요. 그리고 또 사람들은 HVP에서만 3-MCPD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오히려 HVP는 3-MCPD에 대한 관리기준이 적용돼 기준이 없는 타 식품군에 비해 훨씬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HVP의 3-MCPD 국내 관리기준은 미국, 캐나다, 태국, 대만 기준과 같은 1ppm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HVP를 '식품첨가물'이라고 한다거나 '화학 조미료'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가 아닌가 싶어요. 기자님,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게 매도해서는 안 되죠. 특히 소비자단체는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앞장서서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보여 집니다. 모노클로프로판디올(MCPD)이라는 물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됩니다. MCPD는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동물 독성실험 결과 신장 기능을 저해하고 생식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책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를 쓴 식품전문가 최낙언씨는 MCPD는 식품에 지방(글리세롤)과 소금(염소)만 있으면 언제든지 소량은 만들어지는 물질이라며 그래서 다른 여러 식품에서도 발견된다고 말하는데요. 그는 간장을 예로 들면 오히려 MCPD 양이 적어서 다른 식품보다 안전하다며 하루에 2ℓ 이상을 먹기 전에는 전혀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사실 하루에 간장을 2ℓ 이상 먹기는 쉽지 않은 만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이번에는 식품 업체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그들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할 말이 많은 듯합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MSG 대신 꼼수로 HVP를 넣었다는 식으로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는데요. 과거에도 MSG는 인체에 해롭다는 구도를 만들지 않았나. MSG는 지금 이 같은 마녀사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는데 이제는 HVP가 또 다른 마녀사냥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HVP가 감칠맛을 내는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성분은 자연적인 성분인데 마치 HVP가 들어간 것을 먹으면 인체에 해롭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우려된다고 합니다. 이 또한 결국은 식품업계의 너무 과한 무첨가 마케팅 때문에 나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렇군요. 자,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HVP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봤는데요. 과열되고 있는 식품 기업의 무첨가 마케팅은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겨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지만 분명 화학조미료가 아닌 HVP를 그렇게 몰아가는 식의 여론도 좋게 보이지만은 않네요. 이 또한 식품업계의 과한 무첨가 마케팅에 의한 결과이긴 하지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무첨가 라는 문구만을 믿지 마시고 좀 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따져보는 건강하고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겠습니다. 기자님,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유통 저격수 였습니다. ckb@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