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동민이 ‘식스맨’이 되는 순간 ‘무한도전’은 예능일 수 없습니다

기사승인 2015-04-19 13: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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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장동민이 ‘식스맨’이 되는 순간 ‘무한도전’은 예능일 수 없습니다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멤버로 최종 발탁된 제국의 아이들 광희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광희는 기존 멤버 5인 중 3인의 표를 얻어 식스맨 후보로 최종 결정됐죠. 10년을 방송해 온 ‘무한도전’의 새 멤버를 뽑는 일이니만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부적절한 언행을 해왔던 개그맨 장동민이 구설수에 올라 중도하차하며 자연스레 후보가 좁혀졌고, 광희가 끝내 식스맨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일부 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하차한 장동민을 옹호하며 광희의 하차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죠. ‘무한도전’의 몇몇 남성 시청자들은 “장동민이 뭘 잘못했다고 하차시키냐”부터 “광희이 소속사가 ‘무한도전’측에 로비를 한 것”이라는 음모까지 제기하며 광희를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현재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은 일부 팬들의 ‘광희 하차’요구 글로 몸살을 앓는 중이죠. 그렇다면, 장동민은 정말 잘못이 없을까요?

“내게 180 이하의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발언한 이모씨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2009년 한 방송에 나와 자신의 이상형을 말하면서 키가 180㎝ 이하의 남자는 기호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 그녀는 방송이 나간 후 일명 ‘마녀사냥’을 당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해당 여대생이 방송에서 밝힌 실명과 학교 및 소속학과 등을 토대로 그녀의 신상과 과거 사진을 들춰내고, 나아가 취직까지 막았죠. 2013년 졸업해 한 대기업에 취직한 이모씨는 취직되자마자 해당 기업에 항의하는 불특정다수 남자들의 전화로 취직이 취소되는 등 불이익을 안았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시 사건으로 인해 폐지까지 이르렀죠. 모든 남성을 깎아내린 것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말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장동민은 어떨까요. 장동민은 동료인 유상무·유세윤 등과 함께 팟캐스트 라디오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여성 비하를 행했습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멍청하다” “남자와의 잠자리 경험이 있는 여자는 창녀”랍니다. 개인의 취향이 아닌 전체 여성을 향한 말이었죠. 이 뿐일까요. 자신이 괴롭힌 군대 후임이 자해를 시도하자 이를 군홧발로 찼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는가 하면, 부모님 이름까지 거론하며 패륜에 가까운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이랬던 장동민이 아무 이상 없이 방송 활동을 하고, 유명세를 늘려가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요.

‘여자 혐오’는 더 이상 일부 포비아(Phobia:혐오자)들에 국한된 정서가 아닙니다. 극우 정치 사이트 일간베스트 등을 필두로 인터넷에서 최근 대두 중인 여자 혐오 정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죠. 이들은 대한민국 여성들을 ‘김치녀’ 등의 말로 비화하며 일반화시키고, 찍어 내리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장동민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런 ‘여혐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남자들 다 그렇다” “장동민은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라는 의견을 내는 시청자들은 아직도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능, 나아가 코미디는 양쪽이 모두 호응해야 비로소 즐거운 장르입니다. 패널이 선보이는 예능을 시청자가 웃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죠. 장동민이 식스맨이 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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